대박을 꿈꾸며 로또 복권을 사면 대개 쪽박이다. 로또가 처음 출시될 당시 광적으로 매달렸던 많은 서민들도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 매년 12월25일이 다가오면 줄지어 복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거물급 정치인과 대기업 총수들이 주요 고객이다. 이들에게만 한정 판매되는 복권은 로또 복권이 아닌 사면 복권. 사면 복권은 로또 복권과 달리 무조건 ‘사면’ 대박이다. ‘복권’을 받지 못하면? 물론 당연히 쪽박이다. 일단 ‘사면’ 당첨 확률이 거의 100%이다 보니 복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올해는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1번 대기표를 받고 ‘사면 복권’을 기다리고 있다.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이건희 전 회장을 위해 경제5단체 등 재계와 한나라당이 나섰다. ‘국익’을 위해 ‘이건희 복권’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전 회장이 복권을 얻어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을 되찾을 수 있고, 그가 IOC 위원을 다시 맡아야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다는 이야기 되시겠다. 그러니까 ‘이건희 복권’은 ‘쪽박’이 없다는 말씀?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김 대변인은 12월17일 “이런 기세라면 언젠가 ‘MB 외교론’이 대학 강의에 등장할지 모른겠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를 한껏 띄웠다. 김 대변인은 우선 MB 외교의 주요 성공 요인을 ‘과학적’ 측면에서 분석했다. 그는 이 대통령에 대해 “타고난 B형임을 새삼 실감한다. 상대국 정상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은 기본이고 상대가 감동할 만한 비장의 ‘디테일’을 준비해뒀다가 유리한 협상을 이끌기도 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B형 남자’ 성공론이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넥타이를 선물받으면 석 달 뒤 그를 다시 만날 때 선물받은 넥타이를 매고 참석해 상대방의 호감을 산다는 식이다. 얼마 전 출간된 (소담출판사 펴냄)이라는 책은 B형 남자의 특성을 설명할 때, 불도저를 모는 캐릭터를 곁들여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자기중심적인 B형의 특성대로 밀어붙이기에 강하다. 남자답거나 화끈해 보일 수도 있지만 혼자서 삽질할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분을 과시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봉변이 전세계적 화제로 떠올랐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최근 밀라노 정치집회 현장에서 한 시위자가 던진 조각상에 얼굴을 맞아 코뼈와 치아가 부러졌다. 베를루스코니의 봉변은 이후 오히려 더 유명해졌다. 이탈리아에서 그의 부상 모습을 조각한 조각상이 연이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붕대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조각상이 먼저 나왔고, 코피를 흘리는 인형 출시도 이어졌다. 문득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라는 ‘선물’을 가지고 귀국하기 전 골프 카트를 함께 몰며 친분을 과시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봉변이 떠오른다. 부시 전 대통령도 2008년 12월 이라크에서 ‘신발 테러’를 당했다. 테러 직후 신발이 저항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대통령도 최근 테러와 관련해 “나도 한때는 권총협박을 받았다”는 발언을 했다. 다른 두 정상과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 두 사람은 실제로 맞았고, 이 대통령은 그냥 입으로 “뻥뻥뻥” 위협하는 수준에서 그쳤다는 사실이다. 물론 천만다행이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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