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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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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묻지마 지지

등록 2009-08-11 11:29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006699"> “묻지 마 지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언제나 이렇게 외친다.</font> 2007년 대선 때 그랬다. 자신만 찍으면 금세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열리고 세계 7대 강국이 될 것처럼 기대를 심어줬다. 구체적 반박 자료를 준비해 해당 공약의 허구성을 지적하면, 이런 식이었다. “묻지 마 지지!”

실제로 2007년 대선 때 그에게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묻지 마 지지’를 보낸 사람이 많았다는 거 아닌가. 최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여기자 구출작전에 충격받은 이명박 대통령이 여름휴가지에서 돌아오자마자 또 말했다. “묻지 마 지지!”

우리 정부도 현대아산의 개성공단 직원 유아무개씨의 송환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니 “국민도 정부를 믿고 지켜봐달라”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수면 위에서 뭐가 잘 안 보인다고 해서 수면 아래 움직이는 무수한 물갈퀴질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식적으로는 빌 클린턴이 북한을 방문하고 있을 때 한가하게 여름휴가를 보낸 것으로 돼 있지만, 휴가지에서도 열심히 물갈퀴질을 멈추지 않았다는 말씀 되시겠다.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정부의 대답은 물론 당신이 예상한 그대로다. “묻지 마 지지!”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사진 한겨레 자료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사진 한겨레 자료

<font color="#006699">MB는 ‘묻지 마 지지’를 좋아하지만 사실 지지란 좋은 것만은 아니다.</font> 엄마는 아이가 무심코 나쁘고 더럽고 해로운 것을 입으로 가져가면 소스라치듯 놀라며 말한다. “물지 마 지지!”

사실 MB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묻지 마 지지!”는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를 보내달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에게 따져묻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이니 그냥 묻지 말라는 뜻이 되겠다. 현대아산 직원 유씨의 송환 계획에 대해 물을 때마다 “현 단계에서는 확인해줄 만한 사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정부 관계자의 태도를 보면, “묻지 마 지지!”에 담긴 뜻은 후자 쪽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앞으로도 그런 태도를 고수하다가는 TV 앞에서 그가 나오는 장면에 눈길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엄마는 이렇게 외칠지 모른다. “틀지 마 지지!”

<font color="#006699">올여름 최고의 납량특집은 단연 ‘분신사마’다. 분신사마란 귀신을 부르는 주문으로 알려져 있다.</font> “분신사마 분신사마, 오이테 구다사이(말씀해주십시오)”를 반복해서 외치면 귀신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계의 최대 화제는 수많은 MB의 ‘분신사마’가 출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선후배 사이인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사진)이 지명됐다. 이 전 회장은 2007년 대선 때부터 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던 대표적 ‘MB맨’으로 통한다. 문화방송의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에도 MB의 ‘분신사마’가 대거 임명됐다. 방문진 이사로 새롭게 임명된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남찬순 전 논설위원, 차기환 변호사,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법학) 등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김우룡·최홍재·문재완 이사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한나라당 쪽 위원을 맡은 인물들이고 차기환·최홍재 이사는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을 지냈다. 그 많은 ‘분신사마’들은 대체 무엇을 하려 언론계를 찾아왔을까? 물론 대답은 분신사마들의 몫이다. “분신사마 분신사마, 오이테 구다사이!”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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