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위인전이 나온 적이 있었다. 지난해 촛불이 한창 타오를 때였다. 물론 안 팔렸다. 출판사 관계자가 “여기저기서 항의 전화를 받고 있다”며 쓴웃음을 짓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래도 누군가 돈도 안 받고 ‘빨아주는’ 것은 얼마나 거룩한 일인가. 빨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 스스로 빨게 된다. 청와대발 MB 어록이 나온 것이다. 제목은 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주옥같은 ‘좋은 말’이 총망라돼 있다. “우리 사회에 따스함을 주는 ‘긍정적 바이러스’를 전파해달라”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시켜 사회 불안을 부추기는 ‘정보전염병’은 경계해야 할 대상” “미래는 새로운 꿈을 갖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자들의 것이다” 등이다. 아쉬운 건 비매품이라는 사실이다. 청와대는 5천 부만 제작해 정부 각 부처 고위공직자 등에게 한정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방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자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MB 어록 2집지하 출판업자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히트를 예감한 이들은 조만간 MB 어록 2집 발간에 착수할 계획이다. 제목은 다. 청와대가 발간한 1집이 ‘좋은 말’ 위주로 구성돼 있다면 2집은 게으르고, 말 안 듣고, 무지하고, 뺀질거리는 국민의 정신무장에 초점을 맞췄다. 주요 어록은 다음과 같다.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게 됐다.” “날 죽이려 세상이 미쳐 날뛰고 있다.” “‘세상을 살면 별 일을 다 당할 텐데 그래도 참아야 한다’고 어머니가 그러셨다.”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다.”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3생을 네 명은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 “낙태는 반대지만 아이가 불구일 경우 불가피.” MB 어록 3집도 나올 예정이다. 이다. “지금 주식 사면 1년 뒤에는 부자 된다” “정권이 교체되면 내년에는 주가지수 3000을 돌파할 수 있고, 임기 내 5000까지도 올라가는 게 정상.” “경직성 예산은 줄일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한쪽 눈을 감고도 20조는 줄일 수 있다.” “집 한 채만 남기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
이대로 나가자잘나가는 사람들은 역시 다르다. ‘이대로’로 건배를 제안하면 좌중은 ‘나가자’라고 잔을 부딪혔다. 이대로는 ‘이명박을 대통령으로’의 줄임말이다. 대선 전 건배사 ‘그대로’ 나가고 있다. 업그레이드 안 하는 건가, 못하는 건가. 자꾸 그러면 이씨 성의 형님 생각난다. 이런 건배사를 즐창하며 술을 즐기는 이들은 대통령을 배출한 ‘영포회’(경북 포항·영일 출신 중앙부처 5급 이상 공무원들의 모임) 소속 고위공무원들이었다. 영포회는 MB 정권의 성골이다. 회원에는 경찰의 차세대 주자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권종락 외교부 1차관, 이병욱 환경부 차관 등이 포함돼 있다. 갑자기 드라마 의 영포 왕자가 생각난다. 의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영포 왕자에게 한마디씩 하곤 했는데, 뭐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혹시 “한심한 놈!”.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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