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현 한겨레21 편집장 piao@hani.co.kr
이상한 나라의 여행담을 들었다. 어느 나라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그 나라 국민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으니. 인종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도 있으니, 어느 대륙에 있는 나라인지도 함구하겠다. 그냥 독자 여러분이 여행해봤거나 대중매체를 통해 접했던 후진국 가운데 하나를 연상하시라.
“사업차 그 나라에 가서 거래처 사람을 만났는데, 접대를 하겠다며 어느 술집으로 데려가더라구. 수도 한복판에 있는 나름 번화한 뒷골목으로 들어서니까 번듯한 건물이 나오고 그 지하로 갔지. 우리로 치면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같은 데더라구. 엄청 컸지. 그리고… 아가씨도 부르더라구, 그 친구. 술이 몇 순배 도니까, 그 친구가 묻는데, ‘이 건물 주인이 누군지 모르시죠?’ 내가 알 턱이 있나. 누구냐고 했더니, 아, 글쎄… 그 나라 대통령이래. 대통령이 건물 주인인 곳에서 그렇게 질펀한 업소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니, 한편으론 웃기는 나라구나,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론 뭐랄까, 이국적인 흥취도 좀 나더라니까. 그 친구가 그래서 일부러 거기로 날 데려갔구나, 짐작했지. 그런데 사정을 더 들어보니 완전 황당하더구만. 그 대통령이 선거에 나왔을 때도 그 건물 업소가 문제가 됐대. 업소에서 성매매가 중계된 일까지 언론에 보도됐다더라구. 그런데도 시정이 안 되고 대통령이 돼서까지 그런 업소를 내쫓지 않고 있다니, 그 대통령이란 사람 정신 세계가 궁금해질 정도였다니까. 또 참모들이 있을 텐데 그네들은 뭐하는 사람들인지 몰라. 아무튼 그 사람, 말 한마디로 전봇대를 뽑아버리고 전 국토에 운하를 파겠다고 나설 정도로 카리스마며 추진력이며 대단하다고 하던데, 왜 자기 건물에 세든 업소 하나 정리하는 건 그리도 더딘지 모를 일이야. 자기 재산이랑 관련되니까 그런가? 아니, 대통령 선거 때 그 건물 포함해서 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는 약속도 했다던데, 빨리 사회 환원이라도 해버리든지. 왜 애물단지를 그렇게 끌어안고 있는지, 원. 하긴, 그 사람 재산이 그 나라 장·차관 같은 고위공직자 통틀어서 가장 많다더만.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제일로 많고. 그 나라 이제 막 선진국에 진입하겠다면서 선진화 구호도 여기저기서 요란하던데, 이런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나라 아무리 경제 성장해도 선진국으로 인정해주겠어? 이런 일이 있어도 금방 잊혀지고 무슨 정치 쟁점화도 안 되나봐. 들어보니 나라의 품격이고 여성의 성상품화 문제고 이런 고상한 주제는 아예 정치인들 관심사도 아닌 것 같더라고. 더구나 입 꼭 다물고 있는 여성 정치인들은 배알도 없는지…. 하기야 선거에서 돈 받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 내주고 그런 정치인들이 득시글대는 나라니까, 할 말 없지. 그나저나 언제 그 나라 가거든 그 건물에 한번 가봐. 관광 삼아.”
제발 나와는 무관한, 먼 나라 이야기이길 빌었다. 꿈 속에서도 모골이 송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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