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8일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멀리 남쪽을 향하던 허리케인의 여파로 엄청난 강풍과 만나 한여름 더위에 바싹 마른 초목을 태우면서 급속히 퍼졌다. 이 불로 숨진 사람만 100명에 이르고 2천 채 넘는 건물이 탔다. 현재 산불 이재민 약 5천 명이 개별 쉼터로 제공된 호텔 등 임시숙소에 머물고 있다. 산불 이후 마우이에서는 주택난과 임대료 급등으로 이재민들이 집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현재 임시숙소에 머무는 이재민들은 지원이 다 끝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적십자사가 운영하는 개별 쉼터 프로그램은 2024년 4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2월5일 기자는 하와이 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 주내 항공편을 타고 한 시간 뒤 마우이 카훌루이 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렌터카로 약 한 시간을 달려 마우이섬의 유서 깊은 도시 라하이나의 입구에 도착했다. 산불 피해를 입은 라하이나 시내를 취재할 계획이었다. 경비원 두 명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화재 복구 상황을 취재하러 왔다고 말했지만 경비원은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난감했다. 멀리서 본 라하이나의 모습은 처참했다. 3m 높이 가림막 위로 보이는 골조만 앙상하게 남은 집들은 화마의 흔적을 지우지 못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100년 만에 가장 큰 피해를 낸 하와이 산불이 발생한 지 넉 달 만인 2023년 12월, 마우이섬 라하이나 중심부는 통행증을 받은 일부 주민과 사업자에게만 재개방됐다.
재개방한 지역에는 화재로 불탔지만 현재 새잎이 돋아나는 150년 된 나무가 있는 반얀트리 공원, 라하이나의 공공도서관, 초등학교, 인기 레스토랑 등이 있다. 화재 발생 당시 마을을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교통체증을 빚었던 프런트스트리트의 해안도로도 통행이 재개됐다. 미국 육군 공병대는 해당 토지 소유주의 허가를 받은 뒤 잔해를 매립지로 가져갈 예정이다. 화재 현장의 청소 작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불탄 잔해물을 안전하게 정리하고 아름다운 관광지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다만 라하이나 중심부 재개방은 화재 피해자들에게 정서적으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마우이(미국 하와이)=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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