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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이주, 더 큰 공포 더 큰 꿈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난, 코로나19로 높아진 국경 담장에 유난히 고단했던 2021년 이주민들의 목숨을 건 여정
등록 2021-12-20 19:56 수정 2021-12-21 07:18
두 살배기 데보라가 2021년 11월26일(현지시각) 멕시코 우에우에탄에서 미국 국경을 향해 걷는 아버지의 어깨 위에서 잠들어 있다. 코로나19에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중남미 지역의 빈곤이 극심해져, 미국을 향한 이주민 행렬(캐러밴)이 급증하고 있다.

두 살배기 데보라가 2021년 11월26일(현지시각) 멕시코 우에우에탄에서 미국 국경을 향해 걷는 아버지의 어깨 위에서 잠들어 있다. 코로나19에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중남미 지역의 빈곤이 극심해져, 미국을 향한 이주민 행렬(캐러밴)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새해를 맞았던 2021년,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까지 빈발해 세계 곳곳의 빈곤한 이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특히 중남미 지역의 빈곤층이 크게 늘면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최근 20년 이래 가장 많이 늘었다. 유엔은 11월30일(현지시각) ‘중남미 식량안보 및 영양 보고서’를 통해 중남미 기아 인구가 5970만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빈곤과 전쟁, 범죄 등에서 벗어나려 ‘이주’를 선택한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의 이주민들은 올 한 해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방역으로 높아진 나라 간 담장, 경제위기 속 만연한 자국 우선주의 등으로 합법적 이주의 길은 바늘구멍이 됐다. 그럼에도 사지를 벗어나 ‘살 만한 곳’을 찾으려는 이들은 위험이 가득한 밀림과 바닷속으로 서슴없이 뛰어들었다. 트럭 한 대에 200명이 넘게 올라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위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데 멕시코에서 미국을 향해 달리던 이주민들의 트럭이 12월9일 고속도로에서 중심을 잃고 뒤집혔다. 쓰러진 트럭은 다시 육교와 부딪쳐 최소 54명이 숨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주민들이 희생된 자리엔 이들을 추모하는 촛불이 놓였다. 살아남은 이주민들은 다시 걸음을 옮기고 있다.

보트를 타고 유럽으로 가려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약 56㎞ 떨어진 곳에서 배가 뒤집혀 바다에 빠진 이주민들이 10월18일(현지시각) 튜브에 매달린 채 “구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이 튜브는 독일 난민구조선 ‘시워치3’이 제공한 것이다.

보트를 타고 유럽으로 가려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약 56㎞ 떨어진 곳에서 배가 뒤집혀 바다에 빠진 이주민들이 10월18일(현지시각) 튜브에 매달린 채 “구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이 튜브는 독일 난민구조선 ‘시워치3’이 제공한 것이다.

중동계 이주민 소년들이 11월25일 폴란드와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의 그로드노에서 ‘우리는 사람이다’란 팻말을 들고 있다. 벨라루스를 통해 유럽으로 가려던 중동계 이주민들은 폴란드 국경수비대에 막혀 임시난민촌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중동계 이주민 소년들이 11월25일 폴란드와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의 그로드노에서 ‘우리는 사람이다’란 팻말을 들고 있다. 벨라루스를 통해 유럽으로 가려던 중동계 이주민들은 폴란드 국경수비대에 막혀 임시난민촌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아이티 이주민들이 9월26일 아이들을 품에 안은 채 콜롬비아 초코 지역의 다리엔갭 밀림을 헤쳐나가고 있다. 이들은 파나마를 거쳐 미국으로 가는 길이다. 험한 협곡 지형의 이 밀림은 뱀과 마약조직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아이티 이주민들이 9월26일 아이들을 품에 안은 채 콜롬비아 초코 지역의 다리엔갭 밀림을 헤쳐나가고 있다. 이들은 파나마를 거쳐 미국으로 가는 길이다. 험한 협곡 지형의 이 밀림은 뱀과 마약조직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말을 탄 미국 국경 순찰대가 9월19일 텍사스 델리오 다리 주변의 리오그란데 둔치에서 아이티 이주민을 낚아채고 있다. 기마 순찰대는 “이주민 강제단속을 가축 다루듯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말을 탄 미국 국경 순찰대가 9월19일 텍사스 델리오 다리 주변의 리오그란데 둔치에서 아이티 이주민을 낚아채고 있다. 기마 순찰대는 “이주민 강제단속을 가축 다루듯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멕시코 오악사카주 아리아가에서 멕시코시티로 향하는 이주민들이 11월7일 트럭 짐칸이 넘쳐 범퍼에까지 올라탄 채 달리고 있다.

멕시코 오악사카주 아리아가에서 멕시코시티로 향하는 이주민들이 11월7일 트럭 짐칸이 넘쳐 범퍼에까지 올라탄 채 달리고 있다.

멕시코 치아파스주 툭스틀라구티에레스에서 12월9일 이주민 200여 명이 탄 트럭이 뒤집혀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이 사고로 54명(9일 집계)이 숨졌다.

멕시코 치아파스주 툭스틀라구티에레스에서 12월9일 이주민 200여 명이 탄 트럭이 뒤집혀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이 사고로 54명(9일 집계)이 숨졌다.

사진 REUTERS·AP·AFP·연합뉴스, 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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