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던 시골 마을이 아이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로 떠들썩하다.
전남 장성군 서삼면 축령산 등산로 들머리에 자리한 ‘장성 편백숲 행복유학마을’의 가을 오후 풍경이다. 축령산 탐방객을 맞기 위해 지은 펜션 마을이 농촌으로 유학 온 학생들을 위한 마을로 탈바꿈했다. 이곳 아이들은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살며, 버스로 20여 분 떨어진 서삼초등학교에 다닌다. 방과후 수업까지 마친 학생들은 오후 4시30분께 스쿨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아이들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마을 뒤편 닭장으로 달려간다. 학기 초 선물로 한 마리씩 받은 병아리가 하루를 잘 보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닭장에 갇힌 병아리가 안쓰러워 마을에 풀어놓고 따라다니며 살핀다.
서울시교육청과 전라남도교육청은 2020년 12월7일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 학생들의 농·산·어촌 유학을 추진해왔다. 이렇게 시작된 도시 학생들의 농·산·어촌 유학이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 학생들은 농촌의 학교에 다니며 마을과 자연환경 속 계절의 변화, 제철 먹거리, 이웃과 관계 맺기 등을 체험한다. 이를 통해 생태 감수성을 기르고 협력 문화를 배운다. 두 교육청이 유학비 일부도 지원한다.
2학기 농촌유학 프로그램에는 165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1학기 참가자(82명)의 두 배가 넘는다. 57명은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유학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전남 유학이 이처럼 지속 가능한 것은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가고 마음 편하게 뛰어놀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서울에선 코로나19 확산 탓에 5월에야 겨우 등교한 뒤,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반복하다 한 학년을 마쳤다.
도시 학생들의 유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남 구례군 산동면 중동초등학교와 장성군 서삼면 서삼초등학교를 방문해 돌아봤다. 중동초로 유학 온 학생 10명은 교육청이 지원한 숙소에 각각 거주한다. 서삼초 유학생들은 교육청이 운영하는 유학마을에 모여 산다. 유학마을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선택한 농촌 유학이 우리 가족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학부모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재능 기부를 하거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달라진 모습을 자랑한다. “도시에 있을 땐 컴퓨터게임만 하던 아이가 이제는 자연에서 스스로 놀잇감을 찾아서 놀아요.”
농·산·어촌 유학은 마을에도 활력소가 됐다. 명절 때 말고는 골목을 다니는 사람조차 구경하기 어려웠던 시골 마을이 아이들 뛰노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학교도 활기가 돈다. 중동초는 17명이던 전교생이 27명으로 늘었고, 서삼초는 29명에서 42명으로 늘었다. 김현주 서삼초교 교장은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새로운 친구를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도시 유학생 합류로 새 친구를 만나 서로 다른 경험을 주고받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전남 장성·구례=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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