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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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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떠나 금성에서 불어온 커피향

언론사 사진기자에서 고향 전남 담양의 커피농부로 변신한 임영주씨
등록 2021-05-29 11:47 수정 2021-06-02 05:01
‘커피농부’ 임영주씨(가운데)가 5월21일 전남 담양군 금성면 석현리 담양커피농장에서 체험객들에게 자신이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커피의 향을 맡아보게 하고 있다. 뒤편으로 보이는 온실에 커피나무 성목 200여 그루와 3~6년산 커피나무 1천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커피농부’ 임영주씨(가운데)가 5월21일 전남 담양군 금성면 석현리 담양커피농장에서 체험객들에게 자신이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커피의 향을 맡아보게 하고 있다. 뒤편으로 보이는 온실에 커피나무 성목 200여 그루와 3~6년산 커피나무 1천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특별한 향으로 수많은 사람의 잠을 깨워주는 커피, 그 커피의 생산과 제작 과정을 아는 이는 주변에 많지 않다. 커피가 ‘커피 벨트’라 부르는 적도 아래위 남북 회귀선(북위·남위 각 25도) 사이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열대작물이기 때문이다. 한데 기후적 어려움을 딛고 국내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이를 체험까지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400평 규모의 온실에서 커피나무 1200여 그루를 재배하는 전남 담양군 금성면 석현리 담양커피농장을 찾았다.

스스로를 ‘커피농부’라 부르는 임영주(64)씨는 2017년 5월 이 체험형 농장 문을 열었다. 중앙일간지와 뉴스통신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던 임씨는 2014년 케냐 출장 중 방문한 커피농장에서 맛본 커피에 단단히 빠졌다. 산지에서 접한 신선한 커피향은 ‘감동을 넘어 홀릭(중독)’이었다. 이때 가져온 커피 씨앗을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심은 것이 첫 커피 재배였다. 커피나무가 30그루까지 늘어 거실까지 들어차자, 2015년 고향 담양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짓고 나무들을 옮겨와 시험재배를 했다. 이렇게 키운 아라비카 등 12개 품종의 커피나무들로 담양커피농장을 채우고, 이곳에서 나는 커피에 ‘골드캐슬’이라고 이름 붙였다.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예가체프)처럼 담양군 ‘금성면’의 지역 이름을 영어로 바꾼 것이다. 이곳에선 커피나무에 핀 꽃과 탐스럽게 익어가는 열매를 살펴볼 수 있다. 열매 몇 개를 따서 향과 맛을 느껴보기도 한다. 또 수확한 커피열매가 건조와 탈곡을 거쳐 원두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체험한다. 케냐산, 과테말라산 커피 등과 골드캐슬 커피 맛을 비교하며 음미할 수도 있다. 물론 손으로 내린(핸드드립) 커피다.

수도권까지 입소문이 나면서 체험학습을 하는 학생과 단체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이곳이 2020년 2월 온 나라를 멈춰 세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평균 방문객이 전년의 40% 수준에 그쳤다. 2021년 들어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이곳을 찾는 체험객은 예년의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 5월21일 경기도 성남 분당에서 이곳까지 체험하러 온 김재호(58)씨는 “일상의 한 부분인 커피가 이렇게 복잡하고 정성이 들어가는 과정을 거쳐 나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앞으로 커피를 마실 때마다 이곳이 떠올라 훨씬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임씨는 “커피는 만남이고 소통이며 나눔이다. 어서 이 일상의 즐거움을 되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커피나무에 둥지를 튼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부화한 지 이틀 된 새끼들을 품고 있다. 왼쪽에 커피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커피나무에 둥지를 튼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부화한 지 이틀 된 새끼들을 품고 있다. 왼쪽에 커피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순백색 커피꽃. 암술 하나를 수술 다섯 개가 감싸고 있다. 말라 떨어질 때도 수술이 암술을 감싼 채 놓아주지 않는다.

순백색 커피꽃. 암술 하나를 수술 다섯 개가 감싸고 있다. 말라 떨어질 때도 수술이 암술을 감싼 채 놓아주지 않는다.

새빨갛게 익은 커피열매.

새빨갛게 익은 커피열매.

커피농부가 잘 익은 열매를 골라 수확하고 있다.

커피농부가 잘 익은 열매를 골라 수확하고 있다.

갓 딴 커피열매. ‘커피체리’라고도 한다(왼쪽). 커피열매를 딴 그대로 말린 것으로 ‘내추럴’이라고 부른다.

갓 딴 커피열매. ‘커피체리’라고도 한다(왼쪽). 커피열매를 딴 그대로 말린 것으로 ‘내추럴’이라고 부른다.

커피열매에서 과육을 벗겨낸 내과피. ‘파치먼트’라고 한다(왼쪽). 파치먼트를 다시 한번 벗겨낸 껍질.

커피열매에서 과육을 벗겨낸 내과피. ‘파치먼트’라고 한다(왼쪽). 파치먼트를 다시 한번 벗겨낸 껍질.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생두. ‘그린빈’이라고도 한다(왼쪽). 볶은 커피콩. 대개 ‘원두’라고 한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생두. ‘그린빈’이라고도 한다(왼쪽). 볶은 커피콩. 대개 ‘원두’라고 한다.



담양=사진·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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