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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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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도 세상을 뜨는구나

한라산 영실~윗세오름 탐방로
등록 2019-11-14 11:04 수정 2020-05-03 07:17
10월25일 한라산 영실에서 출발해 윗세오름으로 향하는 탐방객들이 죽은 구상나무가 즐비하게 쓰러진 숲을 지나가고 있다. 영실~윗세오름 탐방로는 가을이면 단풍과 푸른 하늘이 영실기암과 어우러져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10월25일 한라산 영실에서 출발해 윗세오름으로 향하는 탐방객들이 죽은 구상나무가 즐비하게 쓰러진 숲을 지나가고 있다. 영실~윗세오름 탐방로는 가을이면 단풍과 푸른 하늘이 영실기암과 어우러져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산림청 백두대간고산침엽수 항공모니터링단을 태운 헬리콥터는 한라산 중산간에 자리잡은 제주산림항공관리소에서 이륙해 백록담 방향으로 고도를 높였다. 백록담처럼 산꼭대기에 호수를 품은 해발 1323m 사라봉을 지날 때까지는 가을 색으로 변한 활엽수가 주종이었다. 나무가 빽빽한 숲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상을 오르는 탐방객들이 한숨 쉬어가는 진달래밭대피소에 이르면 숲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 고산 상록침엽수 구상나무와 주목 군락이 펼쳐진다. 한라산은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종인 구상나무의 최대 서식지다. 하지만 사철 푸르게 산을 지키던 나무는 간데없고 백골처럼 변해 쓰러진 구상나무 천지다. 나무들의 공동묘지랄까. 고산 침엽수의 집단고사 현상이 알려진 지 이미 몇 해가 됐지만,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죽은 나무 위를 낮게 날며 집단고사 현장의 정밀 조사를 마친 헬리콥터는 정상을 향했다. 산 정상 주변에도 잿빛으로 말라죽은 구상나무가 즐비했다. 1947m 산 정상과 백록담 상공을 돌며 조사를 마친 헬리콥터는 영실기암을 향했다. 영실에서 윗세오름으로 이어진 탐방로를 따라 등산객이 붐비는 곳이다. 역시 구상나무와 주목이 군락을 이루던 곳이다. 강력한 태풍에 한꺼번에 쓰러지기라도 한 것처럼 힘없이 쓰러진 고산 침엽수가 숲길을 따라 늘어져 있다. 가을 영산을 찾은 탐방객들이 그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한라산 진달래밭대피소 주변은 우리나라 최대 구상나무 군락지다. 말라죽은 구상나무 숲 위로 산림청 백두대간고산침엽수 항공모니터링단을 태운 헬기가 날고 있다.

한라산 진달래밭대피소 주변은 우리나라 최대 구상나무 군락지다. 말라죽은 구상나무 숲 위로 산림청 백두대간고산침엽수 항공모니터링단을 태운 헬기가 날고 있다.

푸른 잎이 무성한 구상나무 사이에 고사한 구상나무와 잎이 떨어진 사스래나무가 섞여 있다.

푸른 잎이 무성한 구상나무 사이에 고사한 구상나무와 잎이 떨어진 사스래나무가 섞여 있다.

한라산=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헬기 조종 제주산림항공관리소 정귀천 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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