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되찾은 지 일흔네 돌 잔칫날, 빛을 되찾은 것만큼이나 한껏 기뻐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군사력으로 나라를 빼앗아 공동체의 주권과 시민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던 가해자가 사과와 배상은커녕 ‘경제 도발’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듯 광복절을 맞아 ‘일본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회’가 열린 서울엔 온종일 비가 내렸다. 고령의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휠체어를 탄 채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러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까지 행진하는 내내 비를 맞았다. 일본대사관 쪽에선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하루 앞서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이었던 14일엔 우리나라를 포함한 10개국 주요 도시에서 일본의 전쟁범죄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세계 시민들의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일찍이 조선을 정복하자는 ‘정한론’의 주창자 요시다 쇼인을 가장 존경한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 정치에 한-일 관계를 이용하고, 일본의 ‘평화헌법’을 수정해 군국주의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잔칫상도 받지 못하고 거리로 나선 군국주의 피해자와 역사의 정의를 바로잡으려는 시민들, 그들을 이틀간 쫓아다녔다.
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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