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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의 세월이…”

최장기 분쟁 사업장 콜텍 4464일 만에 노사 합의
등록 2019-04-27 14:34 수정 2020-05-03 04:29
이인근 콜텍 지회장(오른쪽)과 김경봉 조합원(왼쪽)이 4월22일 회사와 합의를 마친 뒤 임재춘 조합원(가운데)이 42일째 단식을 벌여온 농성 천막으로 왔다. 합의문을 읽은 임재춘 조합원이 “13년의 세월이…”라고 말하다 울음이 터졌다. 김경봉 조합원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고, 이인근 지회장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이인근 콜텍 지회장(오른쪽)과 김경봉 조합원(왼쪽)이 4월22일 회사와 합의를 마친 뒤 임재춘 조합원(가운데)이 42일째 단식을 벌여온 농성 천막으로 왔다. 합의문을 읽은 임재춘 조합원이 “13년의 세월이…”라고 말하다 울음이 터졌다. 김경봉 조합원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고, 이인근 지회장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세계적인 기타 제조업체 콜텍에서 정리해고됐던 노동자들이 4월22일 13년 만에 회사와 ‘명예복직’에 합의했다. 해고된 채 4464일을 살았다. 하지만 합의서를 손에 든 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시원하기도 하지만 우리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다. 우리가 일하던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서, 다른 투쟁 사업장 동지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합의문에는 회사 쪽의 유감 표명과 이인근·김경봉·임재춘 해고자 3명의 명예복직, 해고 기간 보상이 담겼다. 해고노동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노사 합의로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을 해고했던 박영호 콜텍 사장은 다음날 열린 조인식에서 “세 분이 13년간 길거리에서 생활하셨는데, 빨리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근 지회장과 김경봉 조합원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조인식을 마치고 13년 동안 대전에서 서울까지 이어졌던 농성장이 철거됐다. 이들은 5월2일 복직하자마자 휴직한 뒤 31일 퇴직한다. 이른바 ‘명예복직’이다. 세 노동자는 복직 투쟁을 응원해준 이들에게 장미 한 송이씩을 전했다.

막바지 교섭이 진행되던 4월22일 오후 단식 중인 임재춘 조합원이 농성장에 홀로 남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막바지 교섭이 진행되던 4월22일 오후 단식 중인 임재춘 조합원이 농성장에 홀로 남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왼쪽부터),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박영호 콜텍 사장이 4월23일 오전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왼쪽부터),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박영호 콜텍 사장이 4월23일 오전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인근 지회장(가운데)이 농성장 주변에서 해고 뒤 오랜 복직 투쟁을 벌였던 파인텍 박준호 사무장(왼쪽), 쌍용자동차 김득중 지부장(오른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인근 지회장(가운데)이 농성장 주변에서 해고 뒤 오랜 복직 투쟁을 벌였던 파인텍 박준호 사무장(왼쪽), 쌍용자동차 김득중 지부장(오른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임재춘 조합원이 기자회견을 끝내고 그동안 응원해준 이들과 포옹하고 있다.

임재춘 조합원이 기자회견을 끝내고 그동안 응원해준 이들과 포옹하고 있다.

화가 전진경씨가 김경봉 조합원한테서 장미를 받자 눈물을 쏟고 있다. 전씨는 2012년 콜텍 조합원들이 인천 콜텍악기 빈 공장에서 농성할 때 주변에 작업실을 만들어 함께 생활했다.

화가 전진경씨가 김경봉 조합원한테서 장미를 받자 눈물을 쏟고 있다. 전씨는 2012년 콜텍 조합원들이 인천 콜텍악기 빈 공장에서 농성할 때 주변에 작업실을 만들어 함께 생활했다.

콜텍 해고자들을 응원해온 이들이 사옥 농성장을 함께 정리하고 있다.

콜텍 해고자들을 응원해온 이들이 사옥 농성장을 함께 정리하고 있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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