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남항을 사이에 두고 영도구 대평동 수리조선소 맞은편, 중구 충무동 새벽시장 담벼락 아래 주낙어선들을 위한 주낙채비 노동을 하는 주황색 천막 14개가 나란히 서 있다. 생선미끼 비린내가 진동하는 천막 안, 자갈치 밑단 노동으로써 허름한 의자에 하루 종일 앉아 시급 평균 3800원을 받고 일하는 늙은 노동자들의 일상을 몇 년간 촬영한 적이 있다. 남항 바다 건너 수리조선소와 철공소에서 날리는 망치질 소리는 이곳 주낙채비 노동자들의 늙은 시름 소리와 같게 들렸다.
1970년대 중반 수리조선소 호황기 시절, 조선소 작업 중에서 수리선박이 조선소 내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깡깡이’ 작업이다. 배에 들러붙은 녹이나 갑각류를 제거하는 일이다. 저임금 중노동으로 가장 힘들다는 작업이지만, 달리 말하면 기술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찾기 쉬운 일자리였다. 깡깡이 작업으로 인한 난청과 환청, 관절염 등은 산업재해임에도 사회적 보장이 없다. 수리조선업 호황기인 1970년대 중반 대평동 수리조선소에는 12개 독(dock)에 각각 평균 15명의 ‘깡깡이 아지매’가 작업을 했다. 어림잡으면 180여 명이 이 노동을 한 것이다.
수리조선소의 경기 하락과 저임금·중노동·위험노동이라는 점 때문에 사람 수는 대략 20%밖에 남지 않았다. 그로 인해 깡깡이 아지매들의 노쇠한 노동력은 산재에 더욱 노출되고 있다. 아지매들이 떠난 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깡깡이 작업은 물론 수리조선소에서 가장 힘든 밑단 노동에 배치된다.
비록 타국에서 여러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이들에게 수리조선소 노동은 가난을 이겨내고 가족을 이어주는 따뜻한 밥상과도 같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노동이 곧 희망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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