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하얀 서리 이불을 덮은 복수초.
기다림을 잊어도 꽃은 온다.
2017년 1월18~19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수목원. 음력 섣달 한겨울인데도 관람객이 적지 않다. 납매(臘梅) 앞에서 모두 멈춘다. 지름 2cm 안팎의 샛노란 꽃에서 진한 향이 난다. 노란꽃 하면 한겨울 복수초(福壽草)도 제격이다. 삼삼오오 옹기종기 땅에 모인 복수초는 눈 속에서 연꽃처럼 핀다 하여 ‘설연화’(雪蓮花)라고도 한다. 잔치국수의 노란 고명인 것만 같은 풍년화도 보란 듯이 꽃을 피웠다. 새벽 서리가 내려앉은 호랑가시의 열매, 동백의 꽃잎은 시리도록 붉다.
천리포수목원은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공익재단법인이다. 59만여m² 땅에 1만5천 가지가 넘는 식물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다. 귀화 미국인 민병갈(1921~2002, 미국 이름 칼 페리스 밀러)이 1970년부터 조성했다. 천리포와 만리포 해수욕장 주변 황량한 모래언덕이 ‘나무들의 천국’으로 바뀌었다. 찾아오는 새들도 150종가량 된다고 한다. 수십 년 동안 외부에 문을 열지 않던 수목원은 2009년 3월에야 10분의 1 정도(밀러 정원)를 시민에게 개방했다. ‘서해안의 푸른 보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일컫는다. 수목원 대표 식물은 호랑가시(400여 종류)와 목련(600여 종류).
교육 프로그램 ‘민병갈 정원학교’도 운영한다. 수목원 전문가 교육과정을 비롯해 숲해설가, 식물 세밀화가 양성 과정 등이 있다. 사회 취약계층과 청소년들을 위한 숲체험 교육도 한다. “요즘 우울한 분이 많잖아요. 설에 꽃을 사진으로라도 보시고 행복한 새해를 시작하시면 좋지 않을까요?”(최수진 천리포수목원 홍보과장)
꽃은 상처이다. 제 몸의 살을 찢어 피어난다. 꽃은 절망이다. 핀 꽃 진 자리, 절망의 상처에 열매가 맺힌다. 땅으로 추락한 꽃은 썩어 열매로 스민다. 열매는 꽃의 꿈이요, 꽃은 열매의 혼이다. 국정 농단이 댕긴 촛불. 절망과 상처가 지핀 촛불. 촛불은 시민의 꿈이요 꽃이다. 꽃의 꿈이 이뤄지는 날, 만화방창(萬化方暢)의 ‘봄’이 머지않다.
솜털이 송송한 목련 꽃망울. 이른 아침인데도 남녀 관람객이 수목원을 찾았다.
손수건처럼 첩첩 피어나는 애기동백의 붉은 꽃잎.
꽃이 풍성한지를 보고 농민들이 그해 작황을 가늠했다는 풍년화.
붉은 열매가 한아름 탐스러운 호랑가시나무. 천리포수목원의 대표 수종이다.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복수초. 해가 뜨면 꽃잎이 열리고 오후에는 닫힌다.
산사의 등불처럼 붉은빛이 도는 노란 꽃이 아름다운 가자니아.
용이 하늘로 솟아오르듯 구불구불 가지가 꺾여 ‘용유매’(龍游梅)라고도 일컫는 매실나무. 흰꽃 하나가 활짝 피었다.
섣달에 피는 매화라는 뜻의 납매. 이름과 달리 장미과의 매화가 아닌 받침꽃과 식물이다. 진한 향기가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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