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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사진] 패닝 · 줄다리기

등록 2005-09-30 00:00 수정 2020-05-03 04:24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1. 패닝


가볍게 나들이 간다는 게 그만 월미도까지 와버렸습니다. 인천에 와서 처음으로 가봅니다. 조금 실망했지만 놀이동산에서 아이는 너무 즐거워했습니다. 닌자거북이라는 놀이기구를 탔는데 속도가 꽤 빠르더군요. 패닝을 시도해봤습니다. 조리개 f3.1, 셔터속도 1/40초, 플래시 /투투

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 따라 패닝도 됐고 셔터속도가 느린 상황에서 플래시를 사용해 슬로 싱크로 효과도 났습니다. 놀이기구와 인물의 움직임이 서로 달랐던 것 같습니다. 놀이기구가 회전운동을 할 때 인물은 본능적으로 몸의 균형을 잡는 순간으로 추정됩니다. 패닝 기법은 카메라가 움직이는 피사체와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찍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배경은 흐르는 것처럼 표현되고 주인공은 정지된 것으로 보이게 됩니다.

어떤 기법이었든 간에 좋은 사진입니다. 놀이공원 고유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점, 인물의 표정, 플래시를 받아 반짝이는 녹색과 노란색의 기구, 결정적으로 기구의 모양에 맞게 세로로 잡은 구도가 아주 좋았습니다. 컬러사진의 전형이자 모범적인 스냅사진입니다.

2. 줄다리기

동편마을은 성왕의 후손이 모여사는 이씨 집성촌입니다. 원래 그린벨트로 지정됐다가 최근에 해제되면서 정부에서 임대아파트를 건축한다고 해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곳이기도 합니다. 추석날 마을잔치 겸 임대아파트 건축 반대 단결대회 겸 마련된 행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줄다리기를 남녀 성대결로 펼친 장면입니다. 가감없는 평을 부탁드립니다. 조리개 f3.3, 셔터속도 1/125초 /김종규

시선에 따라 공간 배치 역시 사진의 가장 좋은 소재이자 주제는 인물인가 봅니다.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생생해서 좋은 사진인데 그만큼 아쉬움도 많이 보입니다. 표정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인물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카메라를 안 쳐다본다고 해서 언제나 생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아니므로 그중 한순간을 건져내는 것은 사진가의 덕목입니다. 프레임 구성이 탄탄하지 못합니다. 인물들의 시선이 일제히 오른쪽으로 향하므로 그쪽 공간에 더 여백을 둬야 하지만 다른 인물의 등이 어중간하게 담길 것 같아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왼쪽의 공간은 좀 넓습니다. 아래쪽 꼬마도 더 살릴 수 있었는데 미흡합니다. 현장에서 직접 봐야 정확한 것을 알겠지만 세로로 찍었다면 어느 정도는 해결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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