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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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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사진] <반/반>

등록 2007-02-16 00:00 수정 2020-05-03 04:24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반/반

겨울, 친구와 경주에 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하늘과 땅으로 사진의 반을 나누어보았습니다. 이런 구도는 어떠한가요? 그리고 중간에 사람이 있는 것이 괜찮나요? 위치가 적당한지도 알고 싶습니다. 강연우

구도와 의도:

이 사진에 들어 있는 요소는 잔디밭, 하늘, 사람, 삼각대와 카메라, 그리고 뒤편으로 보이는 나무들입니다. 사진 안의 요소들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이 구도라고 본다면, 이 사진에서도 구도가 좋은지 나쁜지를 따져볼 수 있습니다. 그전에 반드시 사진가의 의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흔히 삼분할 구도라고 해서 3분의 1 되는 지점에 요소들을 배치하는 것이 미적으로 가장 안정감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늘 옳지는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해둡니다. 원본을 트리밍한 1번의 경우 잔디밭이 많이 보이고 하늘이 조금 보입니다. 그래서 누워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인물의 동작보다는 계절적 느낌 같은 주변 환경이 더 강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르게 트리밍한 2번의 경우 하늘이 많이 보입니다. 이때는 누운 인물이 하늘을 찍으려 한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상상의 여지가 많이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이 과연 어떤 의도를 갖고 1:1 구도인 원본 사진을 찍었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집니다. 물론 아무렇게나 비율을 나눠도 항상 사진으로 성립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1:1 구도도 충분히 사진으로 성립하며 무료한 일상, 여유로운 휴일 같은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어느 사진이 더 좋고 나쁜지를 따지려 하지 말고 ‘내가 어떤 의도로 이 사진을 찍을까’를 고민하자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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