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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안에 텐트 치고… 한여름 밤의 ‘꿈같은 독서’

친구들과 책 읽다 잠든 여름방학의 잊지 못할 추억
등록 2026-08-27 21:43 수정 2026-08-3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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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우(왼쪽부터), 서준모, 설다온 등 ‘책 속에서 자는 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2026년 8월13일 밤 경기도 광명시 하안도서관에 세워진 캠핑용 텐트 안에서 책을 읽으며 밤을 보내고 있다. 맨 오른쪽 텐트 안에서는 베개 싸움이 한창이다.

임정우(왼쪽부터), 서준모, 설다온 등 ‘책 속에서 자는 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2026년 8월13일 밤 경기도 광명시 하안도서관에 세워진 캠핑용 텐트 안에서 책을 읽으며 밤을 보내고 있다. 맨 오른쪽 텐트 안에서는 베개 싸움이 한창이다.


 

어릴 적 기억 하나쯤은 한 장의 사진처럼 정지된 순간으로 머릿속 저 어디에 남아 있다. 눈을 감아야 떠오른다. 지독히도 뜨거웠던 2026년 8월 한복판을 지나던 그 어느 날, 도서관에서의 꿈같은 하룻밤이 아이들 가슴에 또렷이 새겨졌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19명의 어린이가 8월13일 아파트단지 사이에 자리한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하안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밤을 보냈다. 어린이도서관 한쪽에 세워진 5동의 텐트 안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서가에서 고른 책을 가져다 랜턴 불빛을 비춰가며 읽었다.

‘야옹이 문방구’란 책을 읽은 박규리 어린이는 “책 보는 걸 좋아하는데 엄마가 밤에는 눈 나빠진다고 보지 말라는데, 오늘 실컷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함께 엎드려 책을 보던 한지윤 어린이는 “친구와 함께 책을 읽으니 아늑하고 좋다”며 규리를 바라본다.

이들은 여름방학을 맞아 8월3일부터 2주 동안 하안도서관이 진행한 ‘온종일 도서관 학교’에 참가했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독서토론과 창의수학·과학, 전래놀이, 놀이체육 등을 함께 했다. 그 마지막 밤을 ‘책 속에서 자는 날’이란 이름으로 함께 보냈다.

물론 한창 장난칠 나이의 아이들이 책만 읽는 것은 아니다. 책읽기에 싫증 난 아이들은 텐트 안에 놓인 베개를 상대에게 던지며 베개 싸움에도 신을 낸다. 다행히 튜브 베개라 닭털은 날리지 않았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 미션이 주어졌다. 네댓명씩 조를 나눠 서가에 꽂힌 책 중 특정 낱말이 들어간 제목의 책을 찾아오는 ‘숨은 글자를 찾아라’, 손대지 않고 입으로만 과자를 먹는 ‘입으로만 GO’, 절대 소리를 내지 않고 몸으로 설명해 주어진 낱말을 맞히는 ‘몸으로 말해요’ 등의 임무다. 해당 과제를 완수할 때마다 주는 스티커를 받으려고 어린이들은 서로 도와가며 열띤 경쟁을 벌였다.

책 ‘넬슨 선생님이 사라졌다!’를 재미있게 읽었다는 임정우 어린이는 2주간 프로그램 중 가장 재미난 것 하나를 꼽아달라고 하자 “놀이체육과 엄청 많은 게 재밌어서 한 9개라면 모를까, 하나를 고를 수는 없다”고 답한다. 이곳에서 독서토론을 처음 해본 이소윤 어린이는 ‘행복한 말똥구리’를 읽고 “말똥구리는 모든 게 긍정적인 게 제일 좋았다”고 한다.

1970년 4월5일부터 11일 사이에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에서 태어난 1만7천여 명의 생애를 추적하는 출생 코호트(BCS70)를 분석한 앨리스 설리번 영국 런던대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독서가 10~16살 인지 발달에 미친 영향은 부모의 학력 차이보다 컸고 여기에 잦은 도서관 이용과 신문 읽기를 더한 효과는 부모가 대졸자인 이점의 4배라고 한다. 또 16살 때의 독서 습관이 42살 시점의 어휘력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특히 고전과 문학 작품을 읽은 집단의 어휘력 향상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집단에 대한 코호트 종단 조사는 5·10·16·26·30·34·38·42·46·51살 등의 시점마다 반복됐고 앞으로도 진행될 예정이다.

맞벌이 가정 어린이 등의 돌봄을 겸해 ‘온종일 도서관 학교’를 운영한 이혜선 하안도서관 지식정보팀장은 “요즘은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며 소통하는 게 어려운 시대가 됐는데, 학년도 다른 처음 만난 아이들이 어울려 독서토론과 캠핑, 팀별 게임을 하며 즐겁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성을 기른 소중한 결실을 보았다고 생각한다”며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시대라지만 여전히 도서관과 책에 큰 힘이 있음을 느낀 시간”이라고 말했다.

한 참가 어린이의 어머니는 “지역의 필요를 도서관과 연결해 멋진 기획을 해주신 덕분에 아이의 3학년 여름방학이 빛나는 추억으로 가득해졌다”며 “(아이가) 매일 아침 도서관에 빨리 가야 한다고 재촉하고, 데리러 일찍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몸으로 말해요’ 미션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독서'라는 낱말을 몸으로 표현해 맞히고 있다.

‘몸으로 말해요’ 미션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독서'라는 낱말을 몸으로 표현해 맞히고 있다.


 

‘입으로만 GO' 미션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손대지 않고 입으로 과자를 따먹고 있다.

‘입으로만 GO' 미션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손대지 않고 입으로 과자를 따먹고 있다.


 

‘숨은 글자를 찾아라' 미션에 참가한 최수연(앞줄 왼쪽), 임수빈 어린이가 제목에 특정 단어가 들어간 책을 찾아 선생님께 달려가고 있다.

‘숨은 글자를 찾아라' 미션에 참가한 최수연(앞줄 왼쪽), 임수빈 어린이가 제목에 특정 단어가 들어간 책을 찾아 선생님께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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