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말로 한다. 얼굴을 마주할 땐 말을 하고, 공간을 달리할 땐 글을 쓴다.
여야 3당이 ‘당의 간판’인 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날짜순으로 보면, 조국 전 대표가 단일후보로 대표 경선에 출마한 조국혁신당은 2024년 7월20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첫 전국당원대회를 열어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뽑는다. 국민의힘은 7월23일 고양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제4차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정한다. 대표 경선에 나경원(가나다순),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가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18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KSPO돔)에서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선출한다.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기전국당원대회로 당헌이 바뀐 뒤 처음 열리는 이 전당대회에서 김두관(가나다순), 김지수, 이재명 후보 중 한 사람을 대표로 뽑는다.
전당대회를 앞둔 각 당은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에 펼침막을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과 주술적 행위를 비판하는 글과 이미지를 펼침막에 담았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개최를 알리는 펼침막 아래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보호하려고 사법방해와 탄핵을 남발한다는 글귀를 적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권을 앞세운 통치’는 법률에 근거해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임을 비판한다.
각 당은 지금 이 순간 국민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고르고 또 골라 이곳에 적었을 것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171석(우원식 국회의장 탈당으로 현재는 170석)을 얻은 민주당은 과반을 훌쩍 넘긴 압도적 의석수로도 입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합의 처리하지 못한 법안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대부분 국회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채 상병 특검법’을 거부해 15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45번보단 적지만, 현행 헌법인 1987년 5년 단임제 대통령 중 가장 많은 횟수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절반 이상 남았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탄핵으로부터 지켜야 한다. 7월14일 현재 140만 명 넘는 국민이 동의한 국회 국민동의청원과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여는 탄핵 청문회가 7월19일과 26일 두 차례 예고돼 있다. 위기의식 속에 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를 보호하려고 검사 탄핵,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등 탄핵소추를 남발한다고 주장한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검찰독재 조기종식’을 내걸고 총선 민심을 공략해 창당 한 달여 만에 12석을 얻은 조국혁신당은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앞세운 통치를 끝내려 한다. 정적에 대한 무기한 먼지털기식 수사, 자기편에는 불기소 처분을 남발하는 선택적 수사로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다.
2022년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당 펼침막은 허가나 신고 없이 설치할 수 있게 됐다. 그 뒤 한동안 상대 당에 대한 혐오와 비방이 거리에 넘쳐나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조례 제정 등을 통해 규제에 나섰다. 펼침막 내용이 순화되는 등 정상화하고 있다.
그래도 정치는 말로 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입을 틀어막거나 정적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건 시대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하물며 이웃 나라처럼 유력 정치인에게 총을 쏘는 일은 말할 것도 없다.
글은 ‘조용한 말’이다. 핵심을 찌르는 간결한 글귀는 공감을 넘어 후련함을 나눈다. 읽는 이의 마음, 즉 표도 얻을 수 있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1)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맞은편 거리에 건 펼침막.
(2) 국민의힘이 국회 정문 앞에 내건 펼침막.
(3) 조국혁신당이 국회 정문 횡단보도 앞에 건 펼침막. 그 아래 노회찬재단의 노회찬 전 의원 추모 펼침막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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