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이 마련된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2리에서 김태봉(왼쪽)·이동연(왼쪽 둘째) 노부부가 양은솥과 성인용 보행기 등을 경운기에 실은 채 다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물이 이까지 찼다.” 김태봉(88)씨가 허리춤을 가리키며 말했다. “작년에는 산불, 올해는 물난리라니….”
산불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수해가 덮쳤다. 31도의 뙤약볕이 내리쬔 2026년 7월21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2리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단지. 2025년 산불로 집을 잃은 김태봉·이동연(81) 노부부가 젖은 살림을 정리하고 있다. 주말에 내린 폭우로 주택 12동이 침수돼 집은 뒤틀렸고 내부는 진흙으로 뒤덮였다. 부부는 인근 임시주택으로 다시 이사를 준비했고, 구미와 상주에서 달려온 자식들이 세간살이를 챙겼다. 허리보호대를 찬 이씨는 진흙 묻은 생수병 등을 씻었고, 자식은 양은솥과 성인용 보행기 등을 경운기에 실었다.
주민들은 “불탄 산이 빗물을 머금지 못해 산불 피해목과 바위 등이 한꺼번에 내려와 피해를 키웠다”고 입을 모았다. 고정용 앵커볼트가 설치되지 않은 임시주택은 이재민의 삶을 붙잡기엔 부족했다. 기후위기로 극한 호우와 폭염, 대형 산불이 일상이 된 시대. 근본 대책 없이는 화마에 이어 수마까지 견디는 이곳 주민의 고통이 머지않아 우리 모두가 마주할 현실이 될지 모른다.

수해를 입은 ‘경북 산불 이재민’ 김태봉(왼쪽)·이동연 부부가 인근 임시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해 세간살이를 정리하고 있다.

산불 이재민 이동연씨가 진흙 묻은 생수병과 음료수 등을 씻고 있다.

폭우 피해를 본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단지 모습.

폭우 피해를 본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단지 모습. 고정용 앵커볼트가 설치되지 않은 한 주택이 원래 자리를 벗어나 90도 돌아앉아 있다.

경북 의성군에서 스마트 드론으로 방역을 하고 있다.

산불 피해 지역인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2리에서 주말에 내린 폭우로 안망천이 범람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불에 탄 나무들이 도로 구조물에 얹혀 있다.

산불 피해 지역인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2리에서 폭우로 안망천이 범람해 의성군 종합자원봉사센터 관계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에서 사는 권하순(89)씨가 장독대에 쌓인 진흙 등을 나뭇가지로 제거하고 있다.

언제 폭우가 왔냐는 듯 푸른 하늘에 기온이 31도까지 오르자 수해를 입은 산불 피해 이재민이 양말과 신발, 양파 등을 말리고 있다.

산불 피해목이 덮친 고추밭은 쑥대밭이 됐다. 마늘과 고추, 양파 농사를 짓는 배시환(66)씨는 마늘과 비료, 비닐, 양파망 등을 보관한 컨테이너 창고가 수해로 쓸려 내려갔다며 “어이할지 모르겠다, 갑갑하다”고 했다.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2리 한 다리 근처에 폭우로 떠내려온 차량이 서 있다. ‘왜 사느냐고 굳이 묻지 마시게’라는 글을 창에 붙인 집주인 김아무개(58)씨는 “새벽에 차 두 대가 떠내려오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했다”며 “차량 두 대와 나뭇가지가 다리 기둥에 걸리는 바람에 물이 범람해 집 앞까지 차올랐다”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불에 탄 나무들을 제때 치우지 못해 발생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의성(경북)=사진·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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