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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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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 만의 사과

암매장된 실미도 공작원 유해발굴 벽제 묘역서 착수
국방부 장관 첫 공식 사과…유족들은 실망
희망 품은 유족들…“빛을 가릴 수 있는 어둠이 어디 있을까요”, “(유해가) 정말 나왔으면 좋겠어요”
등록 2024-10-18 19:59 수정 2024-10-20 19:51
실미도 부대 사형 희생자 동생인 이향순(82·왼쪽 넷째)씨가 2024년 10월15일 오후 실미도 희생자 유해 매장 추정지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리 묘지 5-2구역에서 열린 유해 발굴 개토제(흙을 파기 전 올리는 제사)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유족들과 국방부 군인권개선추진단장,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대외협력담당관 등이 참석했다.

실미도 부대 사형 희생자 동생인 이향순(82·왼쪽 넷째)씨가 2024년 10월15일 오후 실미도 희생자 유해 매장 추정지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리 묘지 5-2구역에서 열린 유해 발굴 개토제(흙을 파기 전 올리는 제사)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유족들과 국방부 군인권개선추진단장,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대외협력담당관 등이 참석했다.


 

“오빠아~~.” 실미도 부대 사형 희생자의 동생인 이향순(82)씨가 첫 삽을 뜨다 오빠를 애타게 불렀다. 2024년 10월15일 오후 유해 매장 추정지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리 묘지 5-2구역에서 4명의 사형 집행 공작원에 대한 유해 발굴 개토제(흙을 파기 전 올리는 제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군인권개선추진단장은 “국방부는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에게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방부 장관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대독했다. 사건 발생 53년 만이자 생존 공작원 사형 집행과 암매장 52년 만의 사과였지만, 유족들은 “발표된 사과문 내용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실미도 부대는 1968년 북한 침투를 목표로 창설됐다. 1971년 훈련받던 공작원 24명은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며 섬을 탈출해 서울로 진입하다 20명이 현장에서 사살, 자폭했고 생존자 4명은 1972년 사형 집행 뒤 암매장됐다. “빛을 가릴 수 있는 어둠이 어디 있을까요.” 추모시를 낭독한 임충빈 유족회장은 “(여기서는 유해가) 정말 나왔으면 좋겠어요”라며 간절한 뜻을 밝혔다.

한 참석자가 유해매장 추정지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리 묘지 5-2구역을 휴대폰에 담고 있다.

한 참석자가 유해매장 추정지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리 묘지 5-2구역을 휴대폰에 담고 있다.


 

실미도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리 묘지 5-2구역에 시삽을 위해 삽이 놓여 있다.

실미도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리 묘지 5-2구역에 시삽을 위해 삽이 놓여 있다.


 

임충빈 유족회 대표가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다.

임충빈 유족회 대표가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다.


 

유균혜 국방부 군인권개선추진단장(오른쪽)이 국방부 장관 명의의 사과문을 대독한 뒤 유족들에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유균혜 국방부 군인권개선추진단장(오른쪽)이 국방부 장관 명의의 사과문을 대독한 뒤 유족들에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고양=사진·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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