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시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요. 역시 오매불망 대통령 생각만 해온 분이라 다르긴 다른가봐요. ㅂㄱㅎ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우리 조상은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며 “그 정신을 다시 한번 되살려서 책임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간다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국민 행복의 새 시대를 반드시 만들 수 있다”고 했어요. 두 주먹 불끈 쥐게 만드는 희망 넘치는 말이에요. 그런데 취임사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 배려심 돋는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어요. 정말 빨라요. 취임 일주일 만에 주요 공약을 실천에 옮긴 그분을 ‘기네스북’에 추천해야 할지도 몰라요.
가장 먼저 배려심 돋는 훈훈한 이야기를 전한 곳은 바로 서울 강북구 송천동에 있는 영훈국제중학교예요. 앞서가는 영어 인재 양성에 힘쓰는 학교라 공약 실천도 남들보다 한발 앞서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입학 전형으로 국민행복시대를 실천하고 있었거든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을 한부모 가정 자녀라며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받은 것에 그치지 않고, 돈은 있는데 아깝게 불합격한 학생들을 위해 학교 발전기금 2천만원을 내면 받아주는 배려심을 발휘했어요. 전방위로 사회적 배려를 실천한 이 학교, 국민행복시대 앞당긴 주역이에요.
법정에서도 국민행복시대 실현에 힘쓰는 판사들 쉽게 볼 수 있어요. 두려움에 떠는 피고인들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일부러 배려 넘치는 멘트 날려주는 재판장이 점점 많아지나봐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근무하는 최아무개 부장판사가 재판 도중 피고인에게 “마약 먹여서 결혼한 것 아니냐”는 말을 했어요. “초등학교 나온 사람이 어떻게 대학 나온 여자를 만났느냐”는 말도 했는데 어쩌면 진짜 궁금해서 참지 못하고 물어본 것인지 몰라요. 그분 상식으로는 전혀 설명이 안 되나봐요. 그래도 제멋대로 생각 안 하고 본인에게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배려 발휘하셨어요. 지난해 10월 서울동부지법 유아무개 부장판사가 한 “늙으면 죽어야 해” 발언보다 강도가 세진 걸 보면, 그사이 판사들의 배려심이 더욱 넉넉해진 게 분명해요.
그래도 가장 노력하시는 분은 ㅂㄱㅎ 대통령이에요. 국민을 불쌍히 여겨 봉사하는 마음으로 대통령 하는 분이니까요. 그래서 장관들도 전관예우 받아 로펌·무기거래 업체에서 벌 만큼 번 분들로 꾸렸나봐요. 봉사하는 마음 아니면 안 되게 말이죠. 이렇게 인생 자체가 배려로 똘똘 뭉친 대통령에게 자꾸 딴죽 거는 사람이 많아, 요즘 주먹 쥐는 일이 많으시대요. 지난 3월7일 국가조찬기도회 행사에서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 모두가 본연의 소임이 무엇인지 스스로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배려 안 하는 정치권을 향해 한 방 날리셨어요. 그런데 이상한 건 배려심 돋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참 더러워져요. 어쨌든 배려심 마구마구 돋는 국민행복시대예요. 두드러기처럼 말이죠. 근데 왜 제 귀엔 국민행복시대란 말이 국민항복시대로 들리죠? 이비인후과에 가봐야 하나…, 쩝.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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