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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으로 1300억 물어주는데 “93%의 승리”?

등록 2023-06-23 19:34 수정 2023-06-25 12:36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국정농단 청구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이 1300억원의 세금 청구서로 돌아왔다.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23년 6월20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에 따라 이렇게 판정했다. ISDS는 국외 투자자가 투자국 법령이나 정책으로 입은 손해를 국제중재로 배상받게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도다. 한국 정부는 배상금 690억원에 지연이자까지 모두 13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엘리엇이 문제 삼은 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다. 삼성물산보다 제일모직 주식을 3배가량 비싸게 한 합병 비율이 문제였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은 반대 입장의 소액주주들을 모으고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냈지만 합병안은 찬성률 69.5%로 주총을 통과했다. 3년 뒤 엘리엇은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도록 정부가 압력을 행사했다며 중재를 신청했다.

검찰 수사 결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고 지시했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들에게 합병 찬성을 압박한 혐의로 각각 징역 2년6개월의 유죄를 확정받았다.

한국 법무부는 엘리엇이 청구한 1조원(7억7천만달러)에서 7%만 인용됐다며 “93%의 승리”라 밝혔지만 박근혜·이재용 등에게 배상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 “국민이 세금으로 마련한 나랏돈이 국민 복리와 아무런 상관 없는 명목으로 지출되게 됐다.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이재용 회장과 삼성물산, 박근혜씨 등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뉴스 큐레이터: <한겨레21>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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