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꽉 막힌 뱃길이 뚫렸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집트 수에즈운하에서 좌초됐던 에버기븐호가 3월29일 6일 만에 물 위로 떠올랐다. 에버기븐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으로 알려졌다. 길이 400m, 폭 59m에 이른다.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로 향하던 이 배는 3월23일 머리부터 꼬리까지 바닥 모래에 가로로 박혀 꼼짝하지 않았다. 미 해군과 해외 구난 업체들이 동원됐지만, 배를 도로 물 위에 띄우지 못했다.
수에즈운하는 전세계 물동량의 10% 이상을 책임진다. 하루 평균 약 50척의 선박이 지나간다. 이 길이 막히면서 29일까지 400척 넘는 배가 오도 가도 못했다. 그로 인해 전세계 공급망이 말 그대로 마비됐다. 원유와 농산물, 반도체 등의 운송이 지연됐고 제때 육지에 닿지 못한 가축들이 아사 위기에 빠졌다. 영국 해운 전문지 <로이즈리스트>는 세계 물류 시장에 시간당 4억달러(약 4500억원)어치씩 손해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도 들썩였다. 이집트 정부는 이번 사고로 10억달러(약 1조1290억원) 넘는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배 한 척당 70만~90만달러(약 8억~10억원)의 통행세를 제대로 못 거둔 탓이다.
일부 배는 우회로를 택했다. 국내 최대 선사 에이치엠엠(HMM) 소속 컨테이너선 4척을 포함한 배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 평소보다 9천㎞를 더 항해했다. 수에즈운하 양 끝의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무력 대립해 어쩔 수 없이 긴 노선을 택해야 했던 1970년대 중반 이후 45년 만의 일이다.
만조 시기에 맞춰 예인선 10여 척과 준설기를 동원한 끝에 복구가 이뤄졌지만, 물류 체계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꽤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한곳에 정체돼 있던 배들의 통행이 정리돼야 한다. 일주일간 납기를 못 맞춘 기업들이 앞다퉈 배에 물건을 실어 보내려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고를 둘러싼 책임 공방에도 적잖은 시간이 들 것으로 보인다.
정인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관심 분야 기술, 인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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