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독일인 아저씨가 뭐라뭐라 소리치는데 알아들을 순 없었다. 화가 난 그의 손길에 그냥 막무가내로 쫓겨났다. 2003년이었다. 한국에서 온 배낭여행자 3명은 독일 뮌헨 BMW 박물관 문 밖으로 쫓겨났다.
우리는 신이 난 ‘촌놈’이었다. 자동차 박물관이라니.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한 친구가 오래된 경주용 자동차 앞에 섰다. 오래돼서 경주용 차였는지도 헷갈린다. 일단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는 ‘넘어오지 말라’는 줄을 넘어 차 위에 앉았다. ‘허걱’ 그가 웃더니 나보고도 들어오라고 했다. ‘그린 라이트’였다. 나도 들어갔다.
서울에서 온 촌놈들은 몰랐다. 경비원은 없어도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작동 중이라는 걸. 쫓겨나면서 생각했다. ‘자동차가 뭐가 그리 소중하다고 쫓아내기까지 하냐.’
최근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화제는 현대차그룹의 한국전력 본사 터 매입이다. 현대차는 사옥과 함께 폴크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 같은 테마파크도 조성하겠다고 했다. 독일까지 가서 자동차 구경 안 해도 된다니 기대도 된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아우토슈타트라니…. 2000년 개장한 아우토슈타트는 자동차 출고센터와 연계된 테마파크다. 이곳을 찾는 많은 이들은 자신의 새 차를 받기 전에 공장도 견학하고 각 브랜드의 역사를 보면서 차에 대한 애정을 쌓는다. 아우토슈타트 홍보 담당자인 리노 산타크루즈 박사는 이를 두고 “단순히 차량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이고,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추구하는 삶이 무엇이고 등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현대차는 울산공장 옆에 테마파크를 지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도심에 가까운 자동차 박물관을 찾아보면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사진)이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이곳도 매해 70만 명 이상의 탐방객이 찾는 명소다. 자동차의 탄생부터 127년에 걸친 자동차의 역사를 시대별로 기록해놨다. 눈길을 끄는 것은 벤츠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와 협력해 강제노동으로 군수물자를 생산해낸 부끄러운 과거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벤츠는 이 박물관을 두고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고 소개한다.
테마파크이든 박물관이든 그 속을 채우는 것은 기업의 문화이고 역사이고 철학이다. 현대차그룹은 9월25일 현대·기아차 생산공정 사내하청을 불법으로 판결한 1심에 불복해 항소할 의사를 밝혔다. 현대차는 테마파크에 무엇을 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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