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기도’ 도장에 온 걸 환영합니다. 꺾기도란 모든 상황을 뜬금없이 꺾어 상대방을 공황상태, 그러니까 멘붕(멘탈붕괴)으로 만드는 무술입죠. 아직 어떤 무공인지 잘 모르시겠다구요. 뛰어난 제자가 한 명 있습니다. 카메룬에 있는 꺾기도 도장에서 무술을 연마한 해외파 제자입니다. 잘 모르실 거예요. 김은석이라고,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를 지냈습죠. 안타깝게도 CNK라는 업체의 다이아몬드 개발 의혹에 연루되는 바람에 최근 무술 연마를 게을리했습니다만. 매장량을 부풀린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하는데요. 어쨌든 검찰 소환조사를 받으러 나올 때 기자들에게 꺾기도를 한판 펼쳤는데, 매장량은 줄었는지 몰라도 무술 실력은 줄지 않았더군요. 잠깐, 보실까요.
“보도자료 배포와 관련해서 징계나 형사처벌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이아, 다이아, 다이아. 저는 우국충정의 마음에서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습니다이아, 다이아, 다이아.”
이거 보십시오. 여러분 모두 공황상태가 됐지요? 무슨 짓이냐구요? 이따위 무술 안 배우시겠다구요? 유치하다구요? 아하, 이러시면 곤란하죠. 사실, 이런 거 말하면 안 되지만 MB 정권의 실세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저희 도장을 다녔습니다이아, 다이아, 다이아. 그런데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죠사하면 다 나와, 죠사하면 다 나와.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장본인이 꺾기도를 안 해봤을 리 없겠죠. 이런 거 못 들어보셨습니까? 4대강 녹색성장난하냐, 장난하냐, 장난하냐. 꺾기도에 너무 심취하는 바람에 주화입마에 빠진 분도 계십니다. 결국 은퇴를 했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입니다. 측근비리 의혹과 방송장악 책임, 종합편성채널 특혜까지 꺾기도 시전을 너무 많이 하셨죠. 그러고는 이러고 떠나셨습니다. “이제 모든 육체적·정신적 정력을 소진했기에 표표히 떠나고자 합니다구리, 다구리, 다구리.” 걱정되는 건 본인 관련 의혹들도 넘쳐나는지라 ‘다구리’가 다 끝나지 않았다는 거죠, 거참. 이제 눈치채셨겠지만 사실 이 정권 실세 모두 저희 도장 출신입니다. 여러분 모두 4년 내내 공황상태에 있지 않으셨습니까발려, 까발려, 까발려.
정권은 유한해도 ‘비전 꺾기도’는 무한합니다. 절세신공 꺾기도 하나로 나라를 꺾어버렸던 아버지를 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꺾기도를 꾸준히 연마해왔습니다. 거, 못 보셨어요. 맨날 들여다보는 수첩. 그 수첩이 사실 ‘실전 꺾기도 비급’입니다. 어쨌든 꺾기도 최강 고수였던 아버지 박정희는 이랬죠. “다시는 나 같은 불행한 군인이 없기를 바란다카기 마사오, 다카기 마사오, 다카기 마사오.” 따지고 보면 ‘가전비기’(家傳秘技)인 거죠. 게다가 꺾기도는 양성평등 무술이거든요. 비키니 무공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죠. 박근혜 위원장을 보시죠. “선거에서 이기면 FTA를 폐기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 우리의 나태와 안일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역사 앞에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으로, 두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은 새누리당에 구국의 결단이 돼야 한다.” 이건 뭡니까. 꺾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하는 이 토붕와해(土崩瓦解)의 경지, 수첩공주의 변신. 정말 대단하십니다람쥐, 다람쥐, 다람쥐.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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