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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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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를 경계하라

등록 2006-11-18 00:00 수정 2020-05-03 04:24

일확천금을 꿈꾸는 보통 사람들에게 필요한 조언

▣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보통 사람과 보통이 아닌 사람의 차이는 뭘까? 아니, 이 질문에 앞서 ‘무엇’에 대해 보통과 보통이 아닌 것을 구분해야 하는지부터 정해야 한다. 대개 보통 사람이란 말을 쓸 때에는 사회적 희소성을 가진 권력, 명예와 인기, 부, 뛰어난 능력 등의 부재를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욕망의 대상을 소유하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이 보통 사람이다. 갖고자 하지만 갖지 못한, 소외와 결핍의 아픔을 대변하는 말이 보통 사람이다. 물론 최고의 권력을 손에 쥐고서 자신이 보통 사람이라고 주장했던 전직 대통령 같은 예외도 있지만 말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이재호 지음, 더난출판사 펴냄)은 부에서 소외된 보통 사람들에게 경제 공부를 시켜주는 책이다. 나 역시 보통 사람에 속하다 보니 부의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강력한 욕구를 품고 이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책 앞머리에서부터 내가 왜 보통 사람일 수밖에 없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한마디로 낡은 상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통 사람인 것이었다. 예컨대 나는,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은 비싼 주식에서 발생한다는 것도 모르고, 쉽게 손이 가는 값싼 주식에만 눈을 돌리고 있었다. 지난 3년간 직접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이 기관투자가 수익률의 절반에도 못 미침에도 직접 투자를 고민하고 있었으며, 재테크는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에 금방이라도 일확천금을 쥐어줄 ‘족집게 강사’를 막연하게 그리고 있었다. 보통 아닌 사람들의 투자 감각과 노력을 반의반도 따라하지 못하면서 욕심만큼은 짧고 굵었던 것이고, 그래서 낡은 상식 안의 실수들을 되풀이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하여 나는 보통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10살 연상의 마돈나를 부인으로 삼고 있는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 (Revolver)가 생각났다. 이 영화에는 다음과 같은 경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똑똑해지는 유일한 길은 더 똑똑한 상대와 싸우는 것이다.’(, 1885년)

그렇다면 가이 리치 감독도 더 똑똑한 부인과 싸우면서 똑똑해졌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봤던 영화였다. 그런데 이 영화의 경구가 떠오른 것은 책의 다음 대목에서였다.

‘큰 부자가 된 사람들은 예외 없이 세상 물정에 밝아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훤히 꿰뚫고 있다. 그들은 사람을 사귈 때도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밝은 사람들을 주로 만나며 그들에게 점심을 사곤 한다.’

아, 그제야 같은 출판사에서 펴낸 책 (혼다 겐 지음)가 이해는 것이었다. 더 똑똑한 사람들과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배울 여유를 가진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자기 똑똑한 것만 생각하고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지적 재산만을 활용하면 보통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뉜다. 1부는 보통 사람이 투자에 대해 갖고 있는 낡은 상식을 깨야 한다는 내용이고, 2부는 보통 사람도 가능한 부자 되는 투자 원칙이다. 1부의 내용이 앞서 설명했던 것들이라면, 2부는 더 똑똑한 사람들이 어떻게 투자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천 지침서다. 지은이는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기법’을 포기하고 투자의 ‘원칙’을 지키라고 조언한다. 그가 제안하는 원칙은 ‘기다리는 사람이 이긴다’ ‘일류를 지향하는 사람이 이긴다’ ‘나누는 사람이 이긴다’ 세 가지다. 평범한가? 그렇다. 그런데 이 평범함이 우리를 보통사람에서 예외가 되게 해준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부자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똑똑한 부자들과 싸워서 그들보다 똑똑한 부자의 원칙을 실천하라. 저자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니 보물을 찾아 일확천금을 노리는 ‘재테크’를 경계해야 한다. 숨겨진 비밀 테크닉이 아니라 세상 이치를 담은 단순한 원칙이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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