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초월의 가구왕국 ‘이케아’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가구가 라이프스타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직업이나 취미생활보다는 훨씬 낮은 비중일 것이다. 게다가 어떤 가구를 선택하느냐는 어디까지나 ‘나의 눈’과 ‘취향’과 ‘경제력’에 달려 있다. 제아무리 비싼 가구라도 내가 선택하지 않는다면 내 것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선택의 자유를 누리는 한 내가 가구의 주인이다. 가구는 종이다. 좀더 잘 봐준다고 해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 정도?
그런데 이런 일반적인 상식을 깨는 가구회사가 있다. 바로 스웨덴에서 시작해 전세계로 퍼져 나간 상상초월의 가구왕국 ‘이케아(IKEA)’다. 이케아는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팔고, 문화를 바꾸는 가구회사다. 사람들의 눈과 취향과 경제력을 넘어서서 그들 자신도 모르게 이케아가 파는 라이프스타일을 받아들이게 하는 힘을 가졌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 (뤼디거 융블루트 지음, 미래의창 펴냄)는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의 생애와 이케아의 성공요인을 다루고 있다. 창업자 캄프라드는 ‘그가 곧 이케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케아의 기업정신과 정책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고, 따라서 그의 삶이 곧 이케아의 발전사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1부는 스웨덴의 숲 근처에 살던 어린 꼬마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17살의 나이에 회사를 창업해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성장사를 다룬다. 모든 성공 스토리가 그렇듯, 그 결과는 148억유로(18조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32개국에 202개 점포와 9만 명의 직원을 거느렸으며, 해마다 1억6천만 부의 카탈로그를 찍는 세계적 조립 가구회사라는 승전보를 전한다. 그리고 2부는 어떻게 이케아가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가격전략에서부터 위기관리에 이르기까지 11가지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케아의 상품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을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해보자. 첫째는 DIY(Do It Yourself·소비자가 직접 조립에 참여한다)의 특징을 가진 저렴한 상품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단순하면서도 밝고 실용적인 스웨덴식 디자인을 일관되게 고수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구의 디자인을 라이프스타일과 연계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한 구절로 정리해보자면, 소비자들은 품질 좋고 디자인도 마음에 드는 이케아의 가구를 값싸게 구매하면서 스웨덴식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도 함께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찬반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영국의 여류작가 엘렌 루이스는 이케아가 ‘체인징-룸-제너레이션’(Changing-Room-Generation), 다시 말해 인테리어를 자주 바꾸는 세대를 불러왔다는 주장을 폈다. 사람들이 마치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바꾸듯이 2년마다 한 번씩 세련된 저가 가구로 집의 얼굴을 새롭게 단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화를 강요하고 소비문화를 왜곡한다는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케아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독일 이케아의 광고 슬로건은 ‘아직도 그냥 살기만 합니까? 아니면 이미 제대로 살고 있습니까?’이다. 이 슬로건은 이케아의 가구가 제대로 된 라이프스타일을 선사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1974년 독일에 진출한 이케아는 스웨덴식 삶,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의식이 강하고 자유분방한 삶의 느낌을 전파해왔다. 그리고 성공했다. 2004년 독일의 의견조사연구소 엠니드가 조사한 결과, 무려 70%의 독일인들이 이케아가 자신들의 인테리어 스타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오늘날 이케아가 가진 문화적 영향력은 미국발 글로벌 기업인 맥도널드와 코카콜라의 영향력과 비교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국경을 넘어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국가나 민족의 정체성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로 향하고 있다. 이미 중국이나 일본, 홍콩에 상륙한 이케아 매장이 언제쯤 한국에 문을 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때가 되면 많은 한국인들도 알게 될 것이다. 단지 하나의 기업이 진출한 것이 아니라 ‘스칸디나비아식, 이케아식 독창성’과 라이프스타일이 한국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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