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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부자들이여, 대책을 세우자

등록 2007-01-13 00:00 수정 2020-05-03 04:24

뼈빠지게 일해도 빈털터리인 미국 자본주의의 희생양, 젊은이들

▣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캘리포니아 드림? 글쎄, 계속 꿈만 꾸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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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이번에 소개할 책 (타마라 드라우트 지음, 오픈마인드 펴냄)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 미국에서 울려퍼지는 한숨 소리가 저 넓은 태평양을 넘어 생생하게 들려온다. 그것도 고령화 사회에 걸맞은 노인들의 탄식이 아니라, 팔팔하게 도전하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어야 할 2030세대의 그것이다. 영문판 제목도 ‘Strapped’(곤궁한)이고 부제는 ’왜 미국의 20, 30대는 성공할 수 없는가?’이니, 그야말로 탄식으로 가득 찬 책이다.

는 얼마 전 출간된 (안토니오 인코르바이아·알레산드로 리마싸 지음, 예담 펴냄)와 겹쳐져 읽힌다. 는 한 달 뼈빠지게 일하고도 고작 1천유로(약 120만원)를 손에 쥐고, 더구나 미래조차 불투명한 유럽의 젊은이들을 다룬 소설이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유럽에서 나온 이 두 권의 책은 지금 젊은이들의 인생 불안이 단지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임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취업 재수생, 삼수생이 수두룩하고, 안정된 직장이라는 이유로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수천 대 일이 예사이며, 일자리들이 새로 생겨도 임시직, 계약직이라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현실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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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현실이 이렇다면 세계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의 무게를 어디서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두 권 모두 탄식으로 끝내지는 않는다. 방랑도 사치이고 저항할 여유도 없지만 틈새는 있게 마련이고, 그 사이를 노련한 삶의 예술가들이 되어 헤쳐나가고, 또 헤쳐나가길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 그 자체의 암울함은 변하지 않는다.

사실 는 모두에게 일독을 권할 만한 보편성은 적다. 철저히 미국의 이야기이고, 미국 젊은이들의 고통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몇 년 뒤 우리 이야기가 된다면? 아니, 지금도 충분히 그렇다면?

책 내용을 잠깐 훑어보자. 저자 역시 젊은 세대이고, 그의 입장에서 동년배들은 자본주의의 희생양이다. 그래서 저자는 ‘아버지, 자본주의의 마지막 수혜자’라고 울부짖는다.

최강 미국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냐고?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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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학력 인플레이션이 있다. 현재 미국에서 대학은 중산층으로 가는 최소한의 출발선이다. 그런데 미국의 대학생들은 학사를 끝내면서 평균 2천만원, 석사를 끝내면 5천만원의 빚을 지고 인생을 시작한다. 변호사나 의사까지 욕심을 낼 경우 1억원 미만의 빚을 졌다면 운이 좋다고 한다. 게다가 학사는 발에 차일 정도로 많다.

그 밖의 이유들도 구구절절하다. 2000년대 들어 수년째 월급은 제자리이고, 고임금직은 줄고 임시직이 많아졌으며, 비싼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학자금 융자로 시작한 빚은 사회에 진출한 뒤 생활에 필요한 돈을 신용카드로 긁어가며 더욱 늘게 된다. 또 뉴욕과 같은 대도시의 평균 집값은 1998년부터 2002년 사이 80%나 올라 젊은이들은 소득의 절반가량을 주택담보대출금 상환에 바쳐야 하며, 마지막으로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 1인당 연간 1만달러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이를 대지 못해 결국 파산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월가의 증권맨이 보너스로만 1억달러를 받았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는 지금 부의 순환이 꽉 막힌 심각한 동맥경화로 고통받고 있다. 이것을 세대 문제와 겹쳐 보게 되면 젊은이들의 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때 순탄했던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기 - 직장에서 자리잡기 - 가정 꾸리기’라는 삶의 3단계가 지체와 정체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이런 흐름은 단순히 불황의 여파로만 보이지 않는다. 돈이 돈을 버는 금융자본주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는 데 효율적인 디지털 테크놀로지. 이것이 지식정보화 사회의 실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젊음의 안타까운 몰락!

이제 늙은 부자들이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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