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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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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의 상징, 십자가 목걸이

등록 2006-08-18 00:00 수정 2020-05-03 04:24

▣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십자가의 구성은 이름처럼 수직·수평선의 90도 교차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아이콘은 세계적 종교 지도자와 등가물로 간주됩니다. 로마제국 시절 노예에게 가해진 불명예스런 처벌 도구는 수난극과 만나 성물로 부활합니다. 육중한 나무 십자를 어깨에 이고 일과를 볼 순 없었던지 손톱 크기로 축소된 약식 수난이 신자들의 목에 걸렸습니다.

십자가 목걸이의 착용은 종교 결사체가 심신을 혹사하지 않고 그들의 신앙심을 입증하는 보편화된 약속입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십자가 목걸이는 이전처럼 비장하지도 않으며 종교적 상징물을 넘어 비신자마저 패용 가능한 ‘포인트를 주는’ 장식물에 불과합니다. 급부상한 스타의 목에 걸린 십자가가 삽시간에 쇼핑몰 최고 인기상품으로 등극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동일한 디자인의 십자가 목걸이로 통일된 팬들의 목 장식은 한 명의 스타를 향한 전폭적인 지지를 대변합니다. 공동체를 결속하는 매개로 이용된 점에서 둘은 일치합니다. 이를테면 천상과 지상의 스타를 각각 지지하는 팬클럽의 상징물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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