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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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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잡던 시절

등록 2004-08-20 00:00 수정 2020-05-03 04:23

[정남구 기자의 주말농장]

▣ 글 · 사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주말농장의 밭에는 청개구리가 자주 눈에 띈다. 노린재나 무당벌레 같은 작은 곤충들이 비교적 많기 때문일 것이다. 까마중 잎 뒷면에는 무당벌레 성충이 빠져나간 빈 허물도 보인다. 그러나 큰 곤충은 많지 않다. 잠자리는 흔히 날아오지만, 방아깨비, 사마귀 따위는 어쩌다 한 마리씩 발견된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이면 빠지지 않는 숙제가 식물채집과 곤충채집이었다. 곤충채집은 곤충을 잡아 핀으로 스티로폼 위에 꽂고 이름을 써붙여 학교에 가져가는 것이었다. 농촌 아이들에게 곤충채집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디에 가면 어떤 곤충이 있는지 머릿속에 지도가 다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소에게 꼴을 먹이러 간 풀밭에선 방아깨비와 풀무치, 메뚜기, 베짱이, 여치, 사마귀, 귀뚜라미 따위를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다. ‘소등에’는 소 몸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데, 큰 것은 거의 매미만 하다. 풀잎 위의 잠자리는 뒤에서 살살 다가가 손가락으로 날개를 살짝 잡으면 된다.

숲의 상수리나무에서는 수액을 빨아먹느라 정신이 없는 꽃무지(흔히 풍뎅이라고 불렀는데, 풍뎅이와는 다르다)와 하늘소를 어렵지 않게 손으로 잡곤 했다. 쇠똥을 나뭇가지로 들어내면 그 아래 흙속에서 쇠똥구리가 나왔다. 풍뎅이나 장수풍뎅이는 밝은 불빛을 보고 달려들었다가 바닥에 떨어져 헤맬 때 잡는다. 거름기가 많은 땅을 파면 땅강아지가 많고. 호랑나비는 탱자나무 주변에 가면 많다. 말벌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얼굴을 쏘이면 한 식구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얼굴이 부어서, 잡기가 겁나는 곤충이었다.

가장 설레는 일은 역시 매미잡기다. 매미는 나무 위 높은 곳에 앉는데다 나는 것도 잽싸서 잡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요즘처럼 그물로 된 잠자리채가 없던 시절에도 매미를 잡는 비법은 있었다. 먼저 잎을 떼어내버린 가죽나무 잎자루로 둥근 테를 만들어 장대 끝에 매단다. 그리고 풀숲에 가서 거미가 쳐놓은 그물을 통째로 테에 옮겨 붙인다. 거미줄은 쳐놓은 지 너무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만져보아 끈끈한 것이어야 한다. 또 20겹 정도는 감아 매미가 날갯짓을 해도 찢어지지 않을 만큼 제법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매미채(사진)로 나무에 앉은 매미를 등 뒤쪽에서 공격하면 매미가 거미줄에 달라붙어 달아나지 못한다.

주말농장 주변에서도 매미 성충이 빠져나간 허물을 가끔 본다. 그런데 의외로 매미소리는 요란하지 않다. 오히려 집 근처에서 더 시끄럽다. 어떤 지역은 매미소리가 공사장 소음만큼이나 시끄러운 80db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매미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 것은 대개 몸집이 큰 말매미들의 합창 때문이다. 마치 사이렌 소리 같다. ‘매엠~매엠~매엠~’ 하고 우는 참매미나, ‘쓰르~음 쓰르~음’ 하고 우는 쓰름매미(쓰르라미), 새가 우는 소리처럼 들리는 애매미의 울음소리는 듣기에 정겨운 여름의 소리다. 우는 매미는 배에 울림판을 갖고 있는 수컷이다. 몇년을 땅속에서 유충으로 보낸 뒤, 날개를 펴고서는 겨우 한달밖에 살지 못하는 매미는 이제 처서가 다가오니 맘이 급해져 더욱 우렁차게 울어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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