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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가 놀란 ‘짝퉁’ 글 [뉴스 큐레이터]

등록 2022-10-26 01:08 수정 2022-10-26 13:29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예루살렘히브리대학 교수. 김영사 제공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예루살렘히브리대학 교수. 김영사 제공

2011년 <사피엔스>를 출간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출간 10주년을 기념해 쓴 <사피엔스> 특별 서문이 화제다. 이번 서문에는 하라리가 쓴 글뿐만 아니라 ‘하라리처럼 쓰라’는 주문을 받은 인공지능(AI)이 쓴 글도 함께 실렸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동안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라리는 인공지능 ‘GPT-3’가 쓴 글에 대해 “정말 AI가 이 글을 썼단 말인가? 글 자체는 잡탕이다. 하지만 어차피 모든 글이 다 그렇잖은가?”라고 말했다.

GPT-3가 하라리의 책, 논문, 인터뷰, 온라인 글 등을 학습해 완성한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2011년 여름 <사피엔스> 집필을 마무리하면서 이 이야기로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 책을 각별히 좋아하는데다 성공까지 거둬 감사한 마음이지만, 이 책을 통해 인류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전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GPT-3는 계속해서 ‘그러던 중 2016년 미국 대선의 여파로 나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 상상 속의 질서와 지배적 구조를 창조해내는 인류의 독특한 능력을 재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썼다. 이어지는 글은 이렇다. ‘국민국가와 자본주의 시장이라는 상상 속의 질서 덕분에 힘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전례 없는 번영과 복지도 이루었다. 하지만 그 상상 속의 질서가 오늘날 우리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 하라리는 인공지능이 논리적으로 일관성 있게 썼다는 데 놀랐다고 밝혔다.

하라리는 10년 전 <사피엔스>에서 인간만이 신·국가·기업에 대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오직 인간만이 이야기 탓에 서로를 살해한다는 특성에 주목했다. 인공지능이 우리가 사는 세계의 모든 것을 바꿔놓고 있는 이때,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인간의 마음과 그 마음이 만들어내서 믿고 있는 환상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뉴스 큐레이터: <한겨레21>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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