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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년 도시 역사에 드리운 인류 문명의 명암

미국·유럽 연구자 55명이 3년간 집대성한 <옥스퍼드 세계도시문명사>
등록 2023-03-03 03:57 수정 2023-03-04 08:15

유엔 집계에 따르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2007년 도시 거주자 수가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2021년 기준 도시 인구 비율은 56%(약 44억6천만 명).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가 512곳,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초거대도시)도 31곳이나 된다. 18세기 초만 해도 인구 100만 명대 도시는 일본 에도(현 도쿄)가 유일했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 10명 중 7명이 도시에 살 것으로 예측됐다. 도시는 집단생활의 토대이자 제국의 근거지, 혁명의 진원지, 문명의 발원지 같은 다양하고 역동적인 공간으로 인류와 세계 역사의 중심 무대가 됐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펴낸 <옥스퍼드 세계도시문명사>(책과함께 펴냄, 민유기 옮김)는 기원전 4000년대 인류 문명의 기원으로 평가받는 메소포타미아 도시들의 출현부터 21세기 현재 고도로 진화한 도시의 경제·정치·사회·환경·보건 등 여러 분야의 명암까지 세계 도시사와 문명사를 집대성한 역작이다. 관련 연구자 55명이 3년 넘게 수차례의 학술대회와 토론을 거쳐 집필에 참여했다. 원서는 912쪽 두툼한 분량의 한 권인데, 우리말 번역본은 3부(초기 도시, 전근대 도시, 근현대 도시)로 쓰인 원서를 4권으로 분권했다. 민유기 경희대 사학과 교수가 초벌 번역에만 2년 넘는 시간을 들였고, 다시 2년에 걸친 보정과 편집 작업을 거쳐 출간됐다.

집필진은 미국과 유럽의 학자가 주축이지만 연구 대상은 유럽과 북미, 동북아시아뿐 아니라 서남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까지 지구촌 전역을 망라했다. 또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학계가 서구중심주의나 특정 패권국 중심 사관을 벗어나려는 흐름과 최신 연구 성과를 폭넓게 반영했다.

책의 구성도 독특하다. 각 권(원서는 총 3부)은 모두 ‘개관’(survey)과 ‘주제’(theme)로 짜였다. 개관에서 대륙별·지역별·시기별 도시사를 먼저 보여준 뒤 주제에서 경제, 인구와 이주, 권력과 시민사회, 문화와 종교, 산업화와 불평등, 식민도시 등 주요 주제를 비교·분석해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동북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의 주요 도시는 조명받지만, 한반도 도시들에 대한 설명이 일본 강점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소략에 그친 것은 아쉽다. 총괄편집자 피터 클라크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 도시에 대한 최근 연구 및 출판물을 고려하면 한국 도시에 관한 이처럼 간략한 언급은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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