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집계에 따르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2007년 도시 거주자 수가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2021년 기준 도시 인구 비율은 56%(약 44억6천만 명).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가 512곳,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초거대도시)도 31곳이나 된다. 18세기 초만 해도 인구 100만 명대 도시는 일본 에도(현 도쿄)가 유일했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 10명 중 7명이 도시에 살 것으로 예측됐다. 도시는 집단생활의 토대이자 제국의 근거지, 혁명의 진원지, 문명의 발원지 같은 다양하고 역동적인 공간으로 인류와 세계 역사의 중심 무대가 됐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펴낸 <옥스퍼드 세계도시문명사>(책과함께 펴냄, 민유기 옮김)는 기원전 4000년대 인류 문명의 기원으로 평가받는 메소포타미아 도시들의 출현부터 21세기 현재 고도로 진화한 도시의 경제·정치·사회·환경·보건 등 여러 분야의 명암까지 세계 도시사와 문명사를 집대성한 역작이다. 관련 연구자 55명이 3년 넘게 수차례의 학술대회와 토론을 거쳐 집필에 참여했다. 원서는 912쪽 두툼한 분량의 한 권인데, 우리말 번역본은 3부(초기 도시, 전근대 도시, 근현대 도시)로 쓰인 원서를 4권으로 분권했다. 민유기 경희대 사학과 교수가 초벌 번역에만 2년 넘는 시간을 들였고, 다시 2년에 걸친 보정과 편집 작업을 거쳐 출간됐다.
집필진은 미국과 유럽의 학자가 주축이지만 연구 대상은 유럽과 북미, 동북아시아뿐 아니라 서남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까지 지구촌 전역을 망라했다. 또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학계가 서구중심주의나 특정 패권국 중심 사관을 벗어나려는 흐름과 최신 연구 성과를 폭넓게 반영했다.
책의 구성도 독특하다. 각 권(원서는 총 3부)은 모두 ‘개관’(survey)과 ‘주제’(theme)로 짜였다. 개관에서 대륙별·지역별·시기별 도시사를 먼저 보여준 뒤 주제에서 경제, 인구와 이주, 권력과 시민사회, 문화와 종교, 산업화와 불평등, 식민도시 등 주요 주제를 비교·분석해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동북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의 주요 도시는 조명받지만, 한반도 도시들에 대한 설명이 일본 강점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소략에 그친 것은 아쉽다. 총괄편집자 피터 클라크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 도시에 대한 최근 연구 및 출판물을 고려하면 한국 도시에 관한 이처럼 간략한 언급은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노비와 쇠고기
강병관 지음, 푸른역사 펴냄, 3만9천원
조선은 소 도축을 금지하고 쇠고기를 먹으면 처벌하는 나라였다. 이런 통념을 뒤집는 연구서가 나왔다. 강명관 전 부산대 교수는 국가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최고 교육기관 성균관이 보유한 소를 잡는 공노비의 존재를 증명해간다. 이들 노비는 쇠고기를 판 이익을 성균관에 공유했다. 강 교수는 “성균관 노비들이 도리어 관료를 움직이기도 했다”고도 주장한다.
물러나다
노엄 촘스키·비자이 프라샤드 지음, 유강은 옮김, 시대의창 펴냄, 1만5천원
2023년 95살인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명예교수가 신작을 내놨다. 그는 과거 베트남과 라오스에서 벌인 미국의 전쟁을 비판하고 아프가니스탄·이라크·리비아에서 일어난 미국 전쟁을 톺아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러 전쟁’으로 규정한다. 촘스키는 미국과 글로벌 나토가 벌인 하이브리드 신냉전이 불러일으킬 미래를 어떻게 전망할까.
기후를 위한 경제학
김병권 지음, 착한책가게 펴냄, 2만2천원
30년 넘게 수많은 자연과학자가 기후위기를 끊임없이 경고했지만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나온 1.5℃ 한계선도 지키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생태경제학자들이 기후위기 해법을 찾으려 나서는 이유다. 이들은 화석연료 기득권을 저지하고 잘못된 정책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지식인을 비판한다.
1990년대 한국영화
김형석 외 7명 지음, 한국영상자료원 엮음, 앨피 펴냄, 2만1천원
1990년대는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시기로 평가받는다. 한국영상자료원은 분야별 전문가를 모아 1990년대 한국영화를 이룬 토대를 분석해냈다. 극장과 비디오대여점, 사설 시네마테크를 찾아다닌 영화 청년 이야기부터 당대의 영화스타, 멀티플렉스 등장, 독립영화의 분투 등을 망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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