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❶ 유튜브 화면 갈무리
코로나19가 터지면서 2년간 받던 개인운동(PT) 수업에 제동이 걸렸다. 지금이야 영업시간 제한 정도로 방역 지침이 완화됐지만, 초기에는 몇 달간 헬스장 문을 아예 닫던 터였다. 이후 이런저런 일이 겹쳐 1년을 내리 쉬면서도 차마 환불을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다. PT 선생님은 얼마나 힘들겠나 싶어서. 내 몸에 근육이란 게 있었던가 싶을 때쯤 겨우 복귀해 조심스레 안부를 물었다. 선생님이 뜻밖에 씨익 웃으며 답한다. “저 헬스장 문 닫고 돈 더 벌었어요.” 인간사 새옹지마. 주식 활황기에 여유시간이 생긴 덕에 트레이너가 아닌 트레이더가 되어 로켓에 올라탄 것이다. 오히려 코로나19에 감사해야 할 판이다.
선생님은 운동도 원리 원칙부터 파고드는 학구파인데, 투자도 착실히 공부한다. 해부학 전공책과 해골 모형이 있던 접수처에는 이제 두꺼운 투자책도 늘 함께한다. 요새 그가 즐겨 본다는 <코린이 유치원>❶은 투자 정보를 넘어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깊숙이 파고드는 유튜브 채널이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사업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 채널이에요.” 가독성은 개나 주라는 듯 글자로 빼곡한 섬네일에도 채널 누적 조회수가 백만이 넘는다. 이런 콘텐츠에는 어그로도 필요 없나보다. 선생님은 얼마 전에는 (옥탑방 빼고) 처음으로 볕이 잘 드는 집으로 이사했다. 집 안에 햇볕을 들이는 일이 이렇게 값비싸다는 것도, 그만큼 값지다는 것도 동시에 알아가고 있다고.

❷ 유튜브 화면 갈무리
갑자기 열린 인생 2막에 신나는 일만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의외로 시큰둥해지는 지점도 생겼다고 한다. 차를 워낙 좋아해서 돈이 생기면 슈퍼카라도 지를 줄 알았건만 막상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모든 차를 전방위로 까는 자동차 리뷰 유튜브 <모트라인>❷을 보며 묘한 안도감이 들기까지 한다. ‘맞아, 지금 있는 차가 나한테는 딱이네’ 하는. 갑자기 돈이 아주 많이 생기면 내 욕망이 체에 걸러 내려지는 시간이 오나보다. 진짜 욕망과 가짜 욕망이 가려진다.
어쩌면 당연히, 본업에서도 김이 빠진 눈치다. PT 수업 하나를 줄이면 그 시간에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있는 상황. 무르익어 성장 한계에 다다른 트레이너로서의 시간은 기회비용이 되고, 발 들인 지 얼마 안 된 트레이더로서의 시간은 성장이 눈에 확확 보인다. 누구라도 균형 잡기 쉽지는 않을 테다. 수업의 질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지만 3년 전 선생님을 봤을 때 반짝이던 눈빛은 최근 들어 보기 어렵다. 이윽고 투자에도 미묘하게 시들해진 느낌이다. 요즘 무기력을 넘어 우울감마저 든다고 한다.
지금 선생님은 트레이너와 트레이더 사이의 그레이존(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중간지대)에 있는 건 아닐까. 선생님의 PT 수업 대상은 건강상 그레이존에 있는 사람들이다. 의학적 이상은 없지만 건강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은, 서서히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몸의 변화를 살피지 못해 망가져간다. 이들에게서 자극적이고 일시적인 변화보다 삶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겠다는 게 선생님의 운동 철학이다. 이제 운동뿐 아니라 삶과 커리어에 대해서도 그레이존 탈출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❸ 유튜브 화면 갈무리
먼저 우울감 극복부터. 선생님은 뭐가 재밌냐는 질문에 “제가 원래 좀 시니컬하고, 일상에서 즐거움을 잘 못 느끼는 편이에요. 그래서 즐거움 도구, 웃음 도구를 모아둬요”라며 게임 스트리머 <짬타수아>❸의 영상을 꺼내 보여준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촉수 스킬을 가진 캐릭터로 성공적인 플레이를 했을 때 ‘문어 문어~ 문어 여자!’를 외치며 문어의 촉수처럼 팔다리를 파닥거리며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이다. 좋다. 이렇게 원초적인 리액션 영상이든 뭐든, 지금 그레이존에서 푹 퍼져버린 선생님이 어서 털고 일어나 한 발을 떼었으면 좋겠다. 사실 ‘화이트존’에 안착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결핍을 가능성으로 만드는 건 결국 동력인 것을. 좋은 운동 선생님을 잃을 수 있을지언정, 인간 김경수의 삶을 응원한다.
김주은 유튜브코드 기획자
<코린이유치원> 채널
<모트라인> 채널
<짬타수아>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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