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9년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에 대하여>(종의 기원)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 우리가 원숭이의 후손이라니, 이건 신과 인간에 대한 모독이다! 신의 피조물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지위였던 인간이 한낱 동물의 한 종으로 묶이는 것은 당대의 세계관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것이었다. 오늘날 대다수 사람에게 진화론은 너무 당연한 상식이 됐다. 인류의 진화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인간은, 그러니까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도 가장 독보적이고 특별한 생명체다. 왜 그럴까?
고인류학자 이상희 교수(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리버사이드캠퍼스)의 신간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우리학교 펴냄) 는 인류 진화 500만년의 경이로운 여정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청소년 도서로 분류된 200여쪽의 얇은 책이지만 고인류학의 기존 성과와 정설뿐 아니라 최신 연구 동향과 쟁점, 학계의 편견 내지 고정관념에 대한 통찰까지 고갱이가 알차고 조밀하다.
인간이 원숭이의 후손이라는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인류는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침팬지와도 전혀 다른 종이다. 둘은 700만~600만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진화의 다른 경로를 밟아왔다. 가장 유명한 인류의 조상이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인 ‘루시’도 현생 인류가 속한 호모속(屬)이 아니다. 지구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외로운 존재다. 화석인류가 보여주는 수많은 호모속 중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종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여전히 독보적이고 특별한 이유이자 결과이며, 지금도 진행 중인 과정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유라시아와 신대륙까지 퍼져나간 인류의 진화와 이주 흔적을 화석 증거와 해부학, 지질학, 고생물학, 동위원소 측정법 등 과학적 지식을 통해 세밀하게 보여준다.
지은이는 현생 인류가 다른 동물과 구별되게 진화한 ‘인간다움’의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든다. 두 발 걷기, 미숙아로 태어나 천천히 자라고 오래 사는 ‘슬로 라이프’, 큰 두뇌, 도구 사용, 길어진 다리 등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전문 과학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생각거리를 준다는 점이다. 330만년 전에 살았던 ‘루시’는 진짜로 여성일까? 확인된 적 없다. 화석 발견자가 뼛조각을 정리하던 중 비틀스의 <루시, 다이아몬드와 함께 저 하늘 위에> 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긴 했다. 먼 옛날 사냥과 도구 제작은 남자가, 육아와 집안일은 여자가 도맡았을까? 인류역사상 고인류가 성별 분업을 했다는 직접증거는 없다.
약 5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200만년 전부터 유라시아로 확산하기 시작한 인류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각자의 독특한 특성을 쌓아가는 한편 꾸준히 이동하면서 서로 문화와 유전자를 교환했다. 그 결과 전 세계에 다양한 인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서로 다르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하다. 지은이는 “진화는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인 개념이며, 이 종과 저 종을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종의 개념에 어긋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꼬집는다. “호모 사피엔스는 여러 조상 집단의 다양한 ‘섞임’의 결과로 생겨난 존재이며, 수십만 년 동안 이어져 온 다양성의 후손이 바로 지금의 ‘우리’”라는 것이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이창익 지음, 테오리아 펴냄, 2만5천원
고대 로마에서 초기 기독교는 ‘국가와 공공의 건강을 해치는 전염병 같은 미신’일 뿐이었다. 그리스어 데이시다이모니아(deisidaimonia)는 ‘종교적 신심’과 ‘미신’이라는 뜻을 다 가진다. 종교와 미신은 한 끗 차이다. 기우제, 인육 포식, 풍장 등 다양한 ‘전근대적’ 주술의 유형과 사회적 의미가 흥미롭다.

이재성 지음, 어마마마 펴냄, 1만3천원
2022년 대선의 제1야당 후보는 검찰총장직을 벗어던지고 곧장 최고 권력을 향해 뛰어들었다. 선거캠프 요직은 검사 출신들로 채워졌다. ‘조국의 시간’을 단숨에 ‘검찰의 시간’으로 만들어버린 사건의 ‘기만성’을 현직 기자가 톺아봤다. 날카로운 분석에 인문학적 성찰이 설득력을 보탠다.

김형호 지음, 틈새책방 펴냄, 1만6500원
첨단 광학과 디지털 시대에도 ‘올드 미디어’ 라디오는 불멸하는 매력을 지닌 그 무엇이다. 100년 전 진공관부터 붐박스와 빈티지 제품까지 1천 대가 넘는 라디오를 수집한 라디오 마니아가 나치 괴벨스의 국민 홍보부터 해적선 방송, FM 음악까지 라디오에 깃든 ‘시대의 흔적’들을 아울렀다.

최규진 지음, 서해문집 펴냄, 3만3천원
한반도에 보건용 마스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19년께였다. 1920년대에는 화장수부터 정로환, 위장약, 정력제, 매독 치료제, 샴푸, 생리대까지 온갖 ‘약품’과 위생용품이 신문 광고란의 8할을 차지했다. 일제강점기 근대화 과정에서 권력과 자본이 주도한 ‘신체 규율’의 풍속도를 보여주는 미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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