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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선수들이 만든 ‘노 비키니’

등록 2021-11-07 14:46 수정 2021-11-08 11:35
트위터 갈무리

트위터 갈무리

비치핸드볼 규정에 “여자 선수는 몸에 꼭 끼는 짧은 바지를 입어야 한다”가 생긴다. 다른 말로 비키니를 입지 않고도 경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시행은 2022년부터다. 비키니 착용을 강제하는 규정을 삭제했지만 ‘몸에 꼭 끼는’ 조치를 추가해 여전히 성차별적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남자 선수들은 무릎 위 10㎝ 이내 헐렁하지 않은 반바지를 입으면 된다.

규정 변경을 이끈 주인공은 노르웨이 비치핸드볼 여자 선수팀이다. 2006년부터 반바지 착용을 요구해온 이들은 2021년 7월20일 유럽 비치발리볼 선수권 동메달 결정전에서 반바지를 입고 출전했다. 당시 노르웨이팀 선수 율리 아스펠룬드 베르그는 “비키니를 입으면 운동할 때 하의가 위로 말려 올라가서 늘 제자리에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며 오히려 경기에 방해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연맹은 벌금 1500유로(약 200만원)로 답변했다. 벌금을 감수하고라도 반바지를 입고 경기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연맹에 대한 비판은 거세졌다. 미국의 유명 가수 핑크는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국제핸드볼연맹을 비판하며 노르웨이팀 선수들의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나섰다.

다른 종목에서도 여성 복장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테니스 선수인 서리나 윌리엄스는 2018년 프랑스에서 열린 대회에서 검정 보디슈트를 입고 나왔다. 그는 보디슈트가 폐색전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착용을 요구했지만, 프랑스테니스연맹은 결국 금지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독일 여자 체조대표팀은 하반신 전체를 발목까지 덮는 운동복을 입었다.

팬들이 나설 때도 있다. 2020년 한국배구연맹은 팬들의 항의로 ‘(하의) 허리와 길이는 타이트해야 하며 몸선에 맞아야 한다’는 여성 선수 복장 규정을 ‘허리의 길이는 헐렁하거나 느슨하지 않게 몸에 잘 맞아야 한다’로 남녀 동일하게 개정했다. 아직 유니폼을 바꾼 팀은 없다. 배구 국가대표 김희진은 “민소매 유니폼은 위축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공격할 때 불편하기도 하다”며 “어느 팀이 (유니폼의 변화를) 탁 터트리면 좋겠다”(<한겨레21> 제1382호)고 말했다. 한국 배구 코트의 변화를 기대해도 괜찮을까.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 분야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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