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 화면 갈무리
“재밌는 정도가 아니야 지금. 나 진짜 진지하게, 주변에 축구선수 될 거라고 말하고 다니고 있어.”(금혜지, 29살, 교사)
골 때리는 스포츠 예능 하나가 시청자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 여성들로만 이뤄진 6개 축구팀 리그전에 대한 이야기 <골 때리는 그녀들>(SBS)이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지금껏 응원만 해왔지, 살면서 한 번도 내가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을 못했는데, 여자들이 하는 걸 보니 너무 재밌어 보이는 거야!” 시청자 금씨는 방송을 본 뒤 스포츠 매장으로 달려가 축구공과 축구복을 샀다. “동네 운동장 가서 친구랑 공을 차며 놀았는데, 못해도 너무 재밌더라고. 타투 처음 했을 때의 해방감과 비슷했어. 귀만 뚫어도 혼났던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 몸에 대한 결정권이 나에게 있다 생각 못했는데 타투 하면서 변했거든. ‘별거 아니구나. 그냥 하면 되는구나.’ 축구도 그렇게 된 것 같아.”
사실 파일럿 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유명 남성 전직 축구선수들과, 남성 중계진 사이에서 여성 연예인들이 맥없이 소비되는 프로그램이려니 했다. 그런데 막상 본편이 시작되니 이 여자들, 축구에 너무 진심이다. “요즘 삶이 축구 외에는 다 엉망이다. 지금 인터뷰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몸 풀어야 하는데 왜 부르냐.”(신봉선) 서울 여자 풋살팀 ‘슛타트’ 멤버인 최주연(26)씨는 방송을 보며 자신이 처음 풋살에 빠졌을 때와 똑같다 했다. “한정된 시간에 특별한 목표가 있잖아요. ‘이 골을 저 골대 안에 넣는다.’ 그러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붓죠. 선배와 후배 같은 기존 관계를 뒤엎는 끈끈한 정도 생기고, 몸도 변해요. 짧은 시간 안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경험. 내 몸에서 이런 아드레날린이 나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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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여성들은 더 이상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신경 쓰지 않는다. 진심을 다해 기도하고, 울고, 땀 흘리며 운동장을 달린다. 인생에 단순하고 명료한 목표가 생기고 그걸 좇을 때의 재미. <골 때리는 그녀들>의 에너지에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관심 분야 웃기고 슬픈 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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