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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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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편집장의 편지
등록 2019-12-31 13:13 수정 2020-05-03 04:29

며칠 전 출판마케팅 부장한테서 전자우편을 전달받았습니다.

“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독자입니다. ‘뉴스룸에서’ 코너에서 후원자에게 달력을 보내주신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역시 은 마음이 참 예쁩니다. 후원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어서 달력을 제공해주신다는 마음이겠죠? 저도 최소한의 돈이나마 후원하고 있어서 주소를 보내볼까, 하고 잠깐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뒤에 든 생각. 에서 조금이나마 재정을 아낄 수 있도록 해야겠다, 달력을 받지 않는 게 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날짜나 일정을 다 정하고 기록하니, 특별히 종이달력은 필요 없잖아. 지구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결론은 의 마음만 받겠습니다. 최소한의 후원만 하고 있는데 후원자랍시고 선물받는 것도 민망하고요. 아무튼 님 감사합니다. 항상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껏 올바른 가치판단을 하려고 노력하는 데 의 역할이 참 컸습니다. 그 자체로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남아서 올바른 가치판단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세요. 사랑합니다, .”

제1290호 ‘뉴스룸에서’를 본 독자이자 후원자인 서○○님이 전자우편으로 에 보낸 사랑의 편지였습니다. 마음이 참 예쁜 후원자입니다. 고마운 편지였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읽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상투적 표현이지만, 콧날이 시큰했습니다.

2019년 3월 닻을 올린 후원제는 아홉 달을 넘겼습니다. 어느덧 사랑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7천만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누군가는 적은 돈이라고 할지 모르나, 저희에겐 무척 큰 돈입니다. 한두 사람이 아닌 수백 명의 주머니에서 나온 후원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고 소중합니다. 후원자들에게 2020년 달력과 함께 고마운 저희 마음을 담아 보낸 편지에서 말씀드렸듯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이리 많은 후원자를 만날 수 있을지, 이리 많은 후원금을 모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제 꼬박꼬박 매달 후원해주시는 정기후원자만 250명입니다. 후원액의 60%는 정기후원 형태로 들어왔습니다. 한두 차례 후원해주신 분도 300명이 훨씬 넘습니다. 대부분은 탐사, 심층, 기획 보도를 강화하는 데 쓰라고 보태주셨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을 읽을 수 있도록 후원금을 써달라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 돈으로 지난주부터 제주, 강원도, 영남, 호남 등 전국 30개 도서관에 을 매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민들레 씨앗처럼 의 가치를 더 넓게 퍼뜨릴 수 있게 됐습니다.

서○○님처럼, 후원자들은 거의 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값나가는 비싼 선물 대신 의 마음을 담은 소소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이 작은 탁상용 달력마저 부담스러워하시는 후원자들이 계십니다. 거의 300분한테 전달됐지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달력이 많습니다. 서○○님 포함 못 받은 후원자는 출판마케팅부(cha7226@hani.co.kr)로 꼭 연락주세요.

후원해주는 분들 상당수가 정기구독자입니다. 그래서 후원자께 띄우는 이 공개 감사편지는 글을 읽는 모든 분께도 해당됩니다. 2018년은 썩 긴 시간 동안 소홀했던 독자들과 소통을 강화하면서 독자의 가치를 재발견한 해였다면, 2019년은 후원자의 탄생과 그 가치를 깨닫는 해였습니다. 2020년은 또 어떨지 모르나, 독자와 후원자께 받은 감사한 마음을 돌려드리는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새해에도 변함없는 사랑 부탁드립니다.

지난 한 해 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류이근 편집장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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