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자기밖에 몰라. 애가 이렇게 아파하고 있는데 간호에 지장이 없도록 컨디션, 스케줄을 알아서 잘 관리해야지!” 아내가 호통치자 장모님과 나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사정은 이러하다. 장모님이 우리 집에 출근하기 전, 나는 이번주 취재 일정이 유독 많아 도담이 간호에 손을 놓다시피 해 꼭두새벽부터 아내에게 된통 혼나고 있었다. 일촉즉발 상황에서 장모님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도 아프다”며 아픈 아이 옆에 드러누웠다. 그 광경을 본 아내는 어이가 없었지만, 내심 걱정됐는지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고 물었다. 장모님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간밤에 창문 닫은 채로 모기향을 피우고 잤더니 몸이 이상하다”고 했다. 아이를 간호하기 위해 휴가를 쓴 채 며칠 밤을 내리 새운 아내는 폭발했다. “여자가 왜 아줌마가 되는지 알아? 결국 혼자서 다 챙겨야 하고, 그러려면 목소리를 크게 낼 수밖에 없어서야!”
한동안 잠잠했던 가정에 평화가 깨진 건 도담이가 구내염에 걸리면서부터다. 도담이는 8월 마지막 날 어린이집을 다녀온 뒤로 몸에서 열이 펄펄 나더니, 지난 월요일(9월3일) 입에 수포가 생겼고, 구내염 진단을 받았다. 아내와 나는 도담이가 어린이집에서 감염된 것 같아 매우 속상해했다. 밤새 아파서 우는 아이를 지켜보는 일은 쉽지 않았고, 어르고 달래어 겨우 재웠다.
아이가 많이 아픈 와중에도 아이 곁을 지키기는커녕 취재원을 만났고, 그 술자리에서 아내 혼자 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 뜬눈으로 아이를 돌보는 아내를 나 몰라라 하고 잔 것도 무척 후회된다. 취재와 마감이 있다는 이유로 아이가 아플 때마다 아내가 나보다 더 많은 희생을 치르는 현실도 분명 잘못됐고, 나의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음에도 도담이는 여전히 어린이집을 매우 사랑한다. 남들 다 자는 새벽, 밖에 나가자고 보챈 도담이는 손가락으로 어린이집에 가자고 했다. 아무도 없는 어린이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는 엉엉 울었다. 도담아, 빨리 나아서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자.
글·사진 김성훈 기자* 1230호 육아칼럼 ‘성미산에서 도담도담’의 ‘아픈 아이, 더 아픈 엄마’는 이 글은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보다 육아에 서툰 필자가 아이가 아픈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는 내용의 글입니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의도치않게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의 가족, 그리고 어린이집과 관련된 분들의 마음이 상한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친구로부터 구내염에 감염됐다는 칼럼 내용의 일부분은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삭제했습니다.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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