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공식이란 게 있을까. 공식이 있다면 망하려 애쓰지 않는 한 실패는 없어야 하는데 현실이 어디 그런가. 관객 1440만여 명을 불러모아 에 이어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에 이름을 올린 도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업계 사람들 대부분이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지켜보던 프로젝트였다. 결과적으로, 김용화 감독이 던진 승부수는 멋지게 통했다. 2부 (이하 ) 역시 개봉 9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1부 못지않게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여름 시즌 경쟁작이던 김지운 감독의 이 일찌감치 나가떨어지면서 는 좀더 수월하게 ‘천만 고지’를 밟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흥행의 공식과 법칙을 궁리할 게 아니라 의 전략과 김용화 감독의 승부수를 들여다보는 게 맞지 않을까.
주 관객층은 10대와 40~50대
8월1일부터 5일까지, 개봉 첫주 의 관객 동향을 살펴보면 20대 이하 관객과 40~50대 관람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0대와 40~50대 중·장년층 비중이 높은 것은 가족 단위 관람이 많았음을 뜻한다. 전 연령대에 고루 통하는 보편적 정서와 오락적 요소는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이 지닌 강점이기도 하다. 오락만화이자 교육만화로서 부모가 아이들에게 먼저 권하는 만화가 바로 시리즈다. 아이 키우는 집에선 ‘1가정 1’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원작을 읽은 어린 관객이 자연스럽게 극장으로 유입되는 발판이 애초에 마련됐던 셈이다. 다양한 영화적 취향과 욕구를 보이는 30대에서만 유독 의 관람 비중이 같은 기간 다른 영화 관람 비중보다 낮다는 점도 흥미로운 결과라 할 수 있다.
언급했듯,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받으며 출항한 영화 시리즈는 여러 감독과 작가의 손을 거쳤다. 영화 제작의 닻을 올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이유 중에는 각색의 어려움이 컸다. 저승 편, 이승 편, 신화 편으로 구성된 웹툰은 방대한 세계와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호방한 상상력과 권선징악의 세계관 그리고 아기자기한 유머로 원작은 대중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저승·이승·신화 편에 각각 대응하는 영화를 만들 순 없었다. 세 편의 좋은 요소들만 가져와서 2부작 시리즈로 만든다는 게 김용화 감독의 구상이었고, 그 과정에서 에피소드 형식의 파편화된 서사를 하나로 매끄럽게 묶는 기술이 필요했다. 다시 말해, 누구의 시점을 가져오고 어떤 에피소드에 방점을 찍을지의 문제가 중요했다.
‘용서’와 ‘화해’ 그리고 ‘구원’
영화보다 드라마에 더 어울리는 에피소드 형식의 웹툰은 사건의 양에 비해 감정의 파고가 크지 않다. 원작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도 감정의 세기, 감정의 온도에 있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은 이야기는 물론 그림체까지 여백이 많다. 화려함과 정교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것이 충분히 의도된 허술함이나 작가의 개성으로 용인될 수 있는 단순한 그림체다. 이야기 사이의 여백도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를 충분히 제시한다. 웹툰 독자는 그 여백과 공백을 관대하게 포용한다. 그게 바로 웹툰의 관용도다.
반면 영화 관객은 서사의 논리부터 시각적 완성도까지 엄격하게 따지며 본다. 만화적 상상력이 영화적 상상력으로 치환될 때, 2D 캐릭터가 3D 캐릭터가 되고 단색의 배경이 현실의 풍경으로 바뀔 때, 사람들은 말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따지기 시작한다. 물론 그 지점에서 영화 는 판타지라는 ‘장르’의 덕을 본다. 요점은 웹툰의 관용도와 영화의 관용도는 차이가 난다는 것. 영화는 좀더 필사적인 인물과 극대치의 감정을 필요로 한다. 그리하여 논리적으로 완벽할 수 없는 지옥 여정을 ‘감정’에 호소해 내달려야 하는 지점이 생긴다. 1부 의 전략이 그러했다. 신파라고 얘기하는 바로 그 감정의 부각. 부모님 앞에선 죄인이 되고 마는 세상의 모든 미천한 자식들을 눈물 쏟게 하는 효심 자극 전략. 단순하고 직접적인 신파가 촌스럽다면서도 펑펑 울었다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확실히 단순한 건 힘이 세다.
1부와 2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용서’와 ‘화해’ 그리고 ‘구원’이다. 1부 개봉 당시 김용화 감독은 이런 얘기를 했다. “웹툰이 사랑받은 이유는 명확하다. 지긋지긋한 세상을 살다가 저승에 갔더니 누군가 나를 변론해주고 위로해주더라. 그게 먹힌 거다.” 살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죄를 짓는다. 살면서 겪는 크고 작은 불행은 그 죗값인지도 모른다. 용서와 화해와 구원이란 주제는 영화가 웹툰에서 취한 것이지만, 김용화 감독의 승부수는 그것을 가족 서사와 결합한 데 있다. 가족의 인연, 가족의 비밀, 가족이라는 멍에. 가족이라는 테마는 식상하지만 강력하다. 그 강력한 테마는 2부에서도 다채롭게 변주된다. 1부가 직접적으로 48번째 귀인 자홍(차태현)에게 불효라는 큰 죄를 묻고 용서로 맺음한다면, 2부는 가족이라는 인연의 굴레에서 파생된 복잡한 마음들을 달랜다. 형제의 인연, 유사가족의 보살핌과 유대, 부자 관계의 비밀이 과거와 현재, 이승과 저승을 교차하며 전개된다.
중독적인 가족사의 비밀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주요 캐릭터는 저승 삼차사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이다. 웹툰 저승 편을 각색한 1부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자홍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자홍의 동생 수홍(김동욱)의 억울한 죽음을 서브플롯으로 붙였다. 그 과정에서 저승 삼차사의 활약은 미미했다. 결과적으로 저승 삼차사의 미비한 활약은 2부를 위해 아껴둔 수였다. 웹툰 저승·이승·신화 편의 요소들을 섞어 만든 2부는 창작에 가까운 각색을 보여준다. 2부에선 저승 삼차사의 1천 년 전 과거가 드러난다. 이승과 저승의 이야기가 병행되고, 저승 삼차사의 과거가 각각 나열되다,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는 서사 구조가 꽤 탄탄하다. 1부가 시각적 스펙터클과 감정적 스펙터클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다면, 2부는 캐릭터와 드라마로 승부를 거는 전략을 취한다. 숨 가쁘게 캐릭터의 인과 연을 따라간 끝에 마주하는 결말도 힘이 있다.
드라마가 풍성해지니 덩달아 배우들의 연기도 생생해졌다(치트키 마동석도 등판했다). 고점에서 끊는 감정이 없다는 걸 약점으로 지적할 수 있겠지만 모든 영화가 델 정도로 뜨거워야만 하는 건 아니다. 통한의 오열이 아닌 가슴에 묻는 회한도 충분히 울림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신파만큼이나 중독적인 가족사의 비밀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쫄깃할 수밖에 없다. “작가로서 영화적 재미보다 삶의 아이러니함을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김용화 감독의 말은 2부에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2부가 1부보다 재미있느냐 묻는다면, 서로의 매력이 너무 다르다는 애매한 답밖에 할 수 없다.
이주현 기자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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