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이론에 영감과 확신을 준 곳. 진화의 실험실, 생태의 보고, 갈라파고스제도는 과학자는 물론 평범한 시민들도 선망하는 곳이다. ‘생태전문 환경기자’인 조홍섭씨는 2016년 12월 말 30년 넘는 언론인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지인들과 갈라파고스를 여행했다. 한국에 돌아와보니 뜻밖에도 갈라파고스 자연사를 제대로 다룬 책이 없었다. 공부를 시작했다. 결국 “짧은 현장 취재와 긴 자료 조사”를 거쳐 (지오북)가 탄생했다.
갈라파고스의 신비로운 점 중 첫째는 이곳에서만 살기 때문에 아예 이름에 ‘갈라파고스’가 붙는 갖가지 동물들(갈라파고스땅거북·갈라파고스바다이구아나 등등)이다. 덩치가 큰 놈은 몸무게가 300㎏이 넘는 갈라파고스땅거북은 이 제도의 이름을 결정한 동물(이곳 거북이 등딱지는 안장처럼 곡선이 있는데 안장이 스페인어로 갈라파고스다)인 동시에 이 땅의 역사를 함께해온 산증인이다. 이들은 갈라파고스제도가 해양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300만~400만 년 전) 지 얼마 안 돼(320만 년 전) 남아메리카에서 훔볼트 해류를 타고 섬에 도착해 10여 종으로 분화했다. 최고 포식자 지위를 누려온 탓에 사람을 겁내지 않는 갈라파고스땅거북은 고기와 기름을 가지려는 인간에게 지난 200년간 10만~20만 마리가 남획되는 비극을 겪었다. 2012년 갈라파고스제도 일부인 핀타섬에 살던 마지막 핀타거북, 즉 ‘외로운 조지’의 죽음은 지구의 한 종이 사람들의 눈앞에서 멸종되는 사건이었다. “자이언트거북의 죽음으로 멸종은 얼굴을 갖게 됐다”()는 탄식이 흘러나왔고, 이는 갈라파고스 생태계 보존 문제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갈라파고스바다이구아나 역시 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이다. 이 동물은 바다에서 해조류를 뜯어 먹고 사는 지구에서 유일한 바다 파충류다. 주기적으로 바다 표면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가 닥쳐 찬물과 함께 공급되던 영양분이 줄어들면 이들은 20%까지 키를 줄인다. 이구아나는 형편이 좋아지면 2년 안에 본래의 키를 회복하는 놀라운 변신술을 보여준다. 갈라파고스바다이구아나는 분자유전학 분석 결과 갈라파고스섬보다도 오래된 동물이어서 신비로움을 더한다. 이들은 1천만 년 전 육지이구아나와 바다이구아나로 분화했는데 이때는 갈라파고스가 바다 위로 솟아나기 전이었다.
이 섬의 신비를 계속 즐기려면 외래종 침입을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인간이 갈라파고스에 퍼뜨린 염소와 돼지를 제거하는 ‘프로젝트 이사벨라’에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둔 에콰도르 당국은 쥐약 45t을 놓아 쥐를 박멸하는 ‘프로젝트 핀손’을 시작했다. 새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이들이 싫어하는 형태·색깔의 쥐약을 뿌렸고, 쥐약 성분이 농축되지 않도록 갈라파고스매를 쥐약 놓기 전에 포획했다가 6주 뒤에 풀어주는 정교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매 25%가 폐사했고, 핀손섬의 쥐는 여전히 박멸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지정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처럼 현재 갈라파고스가 누리는 영광스러운 지위엔 고통스러운 과거와 험난한 미래가 얹혀 있는 셈이다.
이주현 문화부 기자 edigna@hani.co.kr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 인기기사
“계엄 위법성·파면 사유 입증 충분”…헌법 전문가들 ‘8 대 0’ 예상
[단독] 검찰, 계엄 직후 쓴 홍장원 메모 확보…“방첩사 지원해 주래”
“야당 국방예산 삭감, 군 무력화” 윤석열 최종 진술은 ‘거짓’ [팩트체크]
이재명 “정상적 검찰권 행사 아냐”…검찰 ‘징역 2년’ 구형에 반발
‘이재명 징역형 구형’에 민주 “정치검찰” 반발…조기 대선 영향 촉각
조선일보 안 봅니다 [그림판]
김건희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 육성 공개
“저는 계몽됐다” 김계리, 변론하러 와서 간증을 하면 어떡하나
이화여대 들어간 극우 “학생증 보여달라, 중국인이냐” 또 난동 [현장]
검찰, 이재명 ‘선거법 2심’서 징역 2년 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