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이렇게 슬픈 일일까’ 어린 마음에도, 책장을 넘기다보면 그런 생각이 깊숙이 파고들었다.
(1978), (1984), (1985)…. 가난하고 힘없어 떠밀리고 절룩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인공이었다. 당시엔 미처 뚜렷하게 깨닫지 못했지만, 그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고단한 삶은 한국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었다. 불운한 사람들을 눈물나게 그리면서도 그 가난과 불행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꿰뚫었던 사람, 낮고 작은 것이 귀하고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사람, 배움은 가까운 이웃과 자연에게서 온다는 것을 알았던 사람. 권정생(1937~2007)의 한평생을 담은 책 이 나왔다. 등 한국 전기문학의 새 지평을 연 이충렬 작가의 손에 의해서다.
권정생의 글과 삶은 비교적 잘 알려진 편이다. 40여 년 동안 창작 활동을 하면서 100권 넘는 동화집을 남겼고, 산문과 칼럼 등도 여러 책으로 묶여 나왔다. 스무 살 때 걸린 결핵·늑막염으로 평생 고통을 받으면서도 펜을 손에서 놓지 않은 이야기 등은 안쓰러움을 자아내는 동시에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예술가의 전형성’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 역시 가난, 병, 외로움 속에서 치열하게 글을 썼던 권정생의 삶을 감동적으로 담아낸다. 권정생은 1966년 스물아홉 살 때 방광 제거 수술을 집도한 의사에게서 “2년가량은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곤,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이것만은 끝내고 죽자는 심정으로 원고에 매달렸다. 1969년 으로 기독교아동문학상을 받게 되자 상금으로 “흰 쌀밥 먹고 싶어” 쌀 한 말을 샀을 정도로 궁핍했다. 1973년 동화작가 이오덕 선생을 만나 교유하기 전까진 주변에 글친구가 한 명도 없었고, 평생 ‘총각’으로 혼자 살았다. 오죽하면 그가 세상을 뜨기 2년 전 쓴 유언장의 내용이 이러했을까.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이충렬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권정생이 열여덟 살 때 청소년 잡지 에 실었던 을 찾아냈다. 스토리 전개력이 미흡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그의 아픔이 녹아 있는 첫 발표작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공식적으론 연애 한번 못했지만, 권정생이 마음에 품었던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여성과 직접 나눈 이야기와 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쩔쩔매며 말 못하는 ‘형님 권정생’을 대신해 이현주 목사가 ‘대리청혼’을 했던 일화를 복원했다.
“권정생 연구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정본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작가는, 권정생의 삶과 문학을 파고든 끝에 권정생이 평소 지인들에게 말한 “말 못할 사정의 과거”가 무엇인지 발견하지만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다”며 결론을 열어놓는다. 작가는 입을 닫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권정생을 평생 짓누른 ‘내면의 아픔’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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