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조심하세요!” 도담이와 장모님.
장모님이 우리 집에 출퇴근한 지 보름쯤 됐다. 아내가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장모님이 도담이를 돌봐주기로 했다. 어린이집에 보내기는 너무 어리고, 생판 모르는 사람을 찾자니 이런저런 걱정이 앞섰다. 마침 아이 돌보기 일을 하던 장모님이라면 도담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내가 재취업에 성공하자마자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장모님께 제시한 근로조건은 다음과 같다. 육아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나나 아내의 퇴근시간이 다소 늦어질 경우 조정 가능. 도담이 돌보기에만 신경 쓰고, 아내와 나의 저녁 식사는 당연히 차리지 않아도 된다. 가장 중요한 월급은 밝힐 수 없지만, 업계 최고 수준으로 드리기로 했다. 우리의 달콤한 꼬임에 넘어온 장모님은 “콜!”을 외치며 하던 일을 그만두셨다.
장모님의 도담이 돌보기는 출발부터 큰 장애물에 맞닥뜨렸다. 도담이가 A형 독감에 걸린 것이다. (설상가상 아내는 B형 독감 판정을 받았다. OTL) 아내가 젖을 떼면서 도담이의 면역력이 크게 약해진 틈을 타 독감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 장모님은 첫 출근부터 아파서 울고불고하는 도담이를 간호해야 했다. 언제 열이 오를지 몰라 신경을 곤두세웠고, 입맛 잃은 도담이에게 이유식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며, 해가 지면 엄마를 애타게 찾는 도담이를 달래야 했다. 도담이가 조금씩 회복될수록 장모님은 말수를 잃어갔다. 아내나 내가 퇴근하면 기다렸다는 듯 ‘칼퇴’하셨다. 나중에 아내에게서 장모님이 “아픈 도담이를 보는 게 너무 힘들어 울고 싶었다”고 얘기한 것을 들었을 때 죄송스러웠다.
장모님에게 나는 A급 사위가 아니다. B급이나 되면 좋으련만. 지난해 장인어른 기일에 밖에서 술 마시고 들어가 장모님 속 썩인 일이나, 장모님이 집에 놀러오면 제대로 대화 상대가 돼드리지 못한 일을 떠올리면 C급이나 D급도 장담하기 어렵다. 평소 어머니로부터 “장모님께 잘해야, 아내도 네게 잘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는데 그 말이 이제야 절실하게 다가왔다. 지난날 장모님께 했던 크고 작은 속 좁은 행동들이 생각나 부끄러웠다.
매일 아침 도담이가 집을 나서는 엄마와 아빠를 보면서 슬픈 표정을 지을 때마다 아이에게 좀더 많은 사랑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부모님과 장모님께 잘하고 있는지 반성한다.
어쨌거나 도담이도 아내도 거의 건강을 회복해 집안 분위기가 간만 “(충청도 사투리로) 우리 사위? 당연히 A급이지, 그러엄!”에 좋아졌다. 최근 개봉한 <B급 며느리>를 보고 사위로서 나는 몇 급인지 궁금해 아내에게 대신 물어봐달라고 부탁했다. 장모님과 통화한 아내는 장모님의 성대모사를 하며 말했다. “(충청도 사투리로) 우리 사위? 당연히 A급이지, 그러엄!”
글·사진 김성훈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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