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얼굴 ×같이 생겼네~.”
4년 전 회사 앞 호프집인 ‘스핑크스’에서 내 절친 고목나무(별명) 기자를 본 와잎이 귀엣말로 말했다. 골뱅이소면을 먹다 앞자리 고목나무에게 뿜을 뻔했다. “아무리 그래도 내 선배인데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귀에 대고 속삭이자 와잎이 말했다. “네 선배지 내 선배냐?” “….” 사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고 기자의 외모는 역대급(?)이다. 경찰서 출입할 때는 경찰서 입구를 지키는 의경이 ‘형사과에 오셨냐?’고 매번 물어봤다고 한다. 법원 출입할 때는 판사들과 타사 기자들로부터 ‘외모가 위헌’ 또는 ‘외모가 쿠데타’라는 말을 밥 먹듯 들었다고 했다. 위헌과 쿠데타라는 말이 난무하지만 그의 얼굴은 민주주의다. 본인은 이목구비가 뚜렷하다며 오스만투르크의 후예인 돌궐족이 자신의 조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목구비가 밋밋하다는 점만이 뚜렷한 걸 보면 일본 원숭이가 먼 조상이라고 우리는 보고 있다.
절대미남을 무색하게 하는 외모 덕분에 고 기자는 뭘 입어도 ‘간지’가 장난 아니다. 7년 전 5월 열린 회사 주주총회에서 은갈치 양복에 배까지 파인 브이넥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 주총 분위기를 상큼발랄(?)하게 만든 장본인이 그다. 그가 마이크를 전달하자 발언권을 달라고 하던 주주들이 시선을 피하더랬다. 자신은 최고의 ‘패피’(패션피플)라며 한여름에도 비니를 고집하는 ‘골무’ 고 기자에게 영광을! 이렇게 말해도 회사에선 나와 고 기자를 싸잡아 얼굴 쓰레기라는 의미로 ‘고레기 ×레기 쌍레기’라고 부른다.
지난 추석 연휴, 고 선배가 독박육아를 한다며 서울 동여의도에 새로 생긴 냉면집 ‘선주후면’에서 낮술이나 하자고 연락했을 때, 귀신같이 통화 내용을 듣던 와잎은 냉면은 “나야 나~”라며 난리부르스였다. 난 살포시 고에게 문자를 보냈다. “와잎이 같이 간다는데 괜찮겠어?” 골무는 자기야 “언제든 환영”이라고 했다. 집에 갈 때도 그 말 하는지 보자. 선주후면에 도착했더니 오늘도 골무를 쓴 골무가 26개월 딸과 함께 나와 있었다. 와잎은 이산가족 상봉을 하듯이 두 부녀와 얼싸안자마자 곧바로 한우사태수육과 개풍접시만두, 한라산 소주과 맥주를 주문했다. 이 가게 처음 맞니? 그나저나 이 사태를 어찌할 것인가.
안주가 나오자 와잎은 속사포로 ‘소폭’을 말았다. 그래 누가 선주후면 아니랄까봐~. 수육 맛은 나쁘지 않았다. 4년 만의 재회에 행여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내 우려는 기우였다. 둘은 오누이처럼 주거니 받거니 잘도 마셨다. 이윽고 냉면을 시킬 시간. 와잎은 육회냉면을 주문했다. “육회? 아주 유쾌하구만~”이라고 말장난을 던져도 둘은 너는 말해라~ 나는 마신다는 식으로 히죽히죽 잘도 마셨다. 유쾌하지 못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신생 음식점치곤 물냉면 맛이 괜찮았다. 중면에 은근한 육수 맛이 정인면옥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순간, 와잎은 독박육아 핑계로 여의도 호텔에 독방을 마련한 골무 고 기자에게 집에서 한잔 더 하자고 제안했다. 골무 고 기자는 얼씨구나 좋다고 따라왔다. 회사 선배 샴쌍둥이(별명·제1003호 ‘동감상놈의 품바 타령’ 참조)까지 합류한 그날의 술자리는 세 주책바가지의 음주가무로 얼룩졌다. (고목나무 기자의 외모가 궁금한 분은 구글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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