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저녁, 와잎이 문자와 함께 사진을 보내왔다.
“자기야~. 도은이(동네 친구)네 마실 왔는데 여기 완죤 신기해. 거실 습기가 장난이 아냐. 현관문에 물이 줄줄 흘러. 집 안에서 온천 터질 건가봐~.ㅎㅎ”
간부 사원으로서 취재와 격무로 이마에서 온천수가 터지고 있는 마당에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속으로만) 대꾸하면서 휴대전화를 열었다. 문자 속 사진을 보니 놀랍게도 현관문에 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답문을 보냈다.
“엄동설한에 물난리? ㅡㅡ;;” “ㅎㅎ 언제부턴가 갑자기 현관문에 물기가 맺혀서 난리래. 완전 습해서 가습기가 필요가 없대~. ㅎㅎ 도은이 오빠가 ‘곧 온천 터질 거’라고 했다는 데 빵 터짐. ㅎㅎ” (속 터질 도은씨 남편을 생각하니 걱정되면서도 역시 형님다운 재치 센스라고 여기며) “지분 좀 투자해봐~. 온천 터지면 목욕탕 차리시라고 해~. ㅋㅋ” “목욕탕 차리면 매점 달라고 해야겠다. ㅎㅎ” “매점매석이구만~. ㅎㅎ” “(화남) 지난주엔 밖에 놀러갔다 밤늦게 왔는데 갑자기 문이 안 열리더래. 문이 젖어서 도어락이 오작동 ㅜㅜ. 결국 신고 있던 신발로 도어락 부수고 들어갔대. ㅎㄷㄷ 문이 안 잠겨서 집 밖을 못 나간대~. ㅎㅎ 볼일 있으면 교대로 들락날락한다고. ㅎㅎ” (울화통 터질 도은씨 형님을 생각하니 염려가 되면서도 역시 형님 가족다운 해프닝이라 느끼며) “낮에 가서 집 좀 지켜주다 와~. 알바로. ㅎㅎ” “(분노) 내가 개냐? 집 지키게~. 물론 냉장고에 캔맥을 잔뜩 쟁여놓으면 그럴 수도 있지만서도. ㅎㅎ” (지금도 집 지키다가 한잔하는 거 아냐? ㅎㅎ) “그래서 지금은 어딘데?” “너무 습해서 도은이랑 애들 델꼬 ‘또봉이통닭’에 치맥 한잔하러 왔지~. ㅎㅎ”
(습한 거랑 치맥이랑은 무슨 연관이니? 기습이구만.) “또봉? 따봉!” “헛소리 작작하고 어여 일루 와~. 드루와~.”
도은씨는 예전 소개처럼 ‘본인은 절대 많이 먹지 않는데 살이 찐다’며 세상 억울해하는 문제의 1인(제1174호 ‘광천수와 개인화기요괴들의 흡혈 비자금’ 참조). 와잎의 말로는 밥을 머슴밥처럼 많이 먹는다고 한다. 도은씨가 억울해할 때마다 와잎은 ‘소가 왜 살찌는지 모르냐?’며 핀잔을 주곤 했다. (그런 너는 말랐니?) 양념통닭이 싸고 맛난 또봉이통닭에 가니 와잎과 도은씨는 이미 불콰하다. 도은씨가 말했다.
“형부~, 언니랑 저랑 양평 옥천냉면 먹으러 간 거 얘기 들으셨어요?” “그래요?”
“야~! 넌 또 뭔 얘기를 하려고 그래~.” 와잎은 살짝 당황스러워했다. 도은씨의 천기누설(?)은 이어졌다.
“저번에 애들 데리고 저녁에 갔다 왔는데 언니 술 취해서 제가 운전하고 오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ㅎㅎ 근데 거기 싸고 맛있더라고요.” “내가 뭘 취해~. 기분 좋게 살짝 젖었을 뿐이지~, 하하하.” 와잎은 호기롭게 웃었다. (아주 전국팔도를 다니는구나~. 길따라술따라구만~.) “집사람이 거기 좋아하죠. 맛나죠? 형님이랑도 한번 가야 하는데~.” “형부는 너무 착해요~. 언니는 인복도 많아요. 형부가 인복이 없나? 호호.” (내 맘을 잘도 아는구나~.) “하하하. 그날 고생하셨으니 오늘은 제가 쏠게요~.”
그날 술 취한 두 여걸과 아이들 셋을 집까지 건사하느라 내 이마에선 온천수가 콸콸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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