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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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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자빠진 계판 5분 전

마음껏 계고기 먹을 수 있는 ‘사계진미’ 이수역점
등록 2018-04-24 18:17 수정 2020-05-03 04:28
사계진미 페이스북 갈무리

사계진미 페이스북 갈무리

“와잎이랑 술 먹고 벌어진 해프닝을 칼럼으로 써보지그래?”

2011년 초, 지금은 편집국장이 된 박용현 당시 편집장이 제안했을 때, 그것이 내 인생의 몇 안 되는 행운 가운데 하나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저 매회 8만원 정도의 술값을 보전해주겠다는 유혹에 홀라당 넘어간 것일 뿐. 어차피 와잎이랑 매주 먹는 술, 가계에 보탬이 되겠구나, 이게 웬 떡이냐 싶었던 것.

그렇게 유흥비나 벌어보려는 심산에 시작한 ‘X기자 부부의 주객전도’ 연재는 시즌2 격인 ‘X기자 부부의 킬링캠프’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7년 동안 단속적으로 이어져왔다. 그사이 와잎과 친구넘들의 적나라한 음주 추태와 포복절도할 엽기 행각은 독자들의 안온한 정신세계를 흔들어놓으며 이 칼럼을 일약 최고 인기 코너로 만들었(다고 나 혼자 자부한)다. 실제 명멸하는 수많은 칼럼 가운데 굴지의 출판사(웅진지식하우스)에서 책()으로 묶여나온 경우는 많지 않음을 볼 때, 내 말이 허언만은 아니었(다고 혼자 자위한)다.

사실 칼럼이 지금과 같은 하드코어 막장드라마 콘셉트를 잡게 된 것은 박 편집장 덕분이다. 첫 회 칼럼을 본 박 편집장은 “너무 약하잖아~. 세게 쓰라고, 세게~”라고 말했다. 그 유명한 와잎과 친구 소팔이의 쌍방폭행 사건을 심층 묘사한 ‘머리끄덩이와 엘레강스 사이’(제855호)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 칼럼의 성격이 결정돼버린 순간이었다.(자기야, 날 미워할 일이 아니야. 알지?) 박 편의 데스킹(?)이 없었다면 지금의 주책바가지 푼수 스타일의 칼럼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지 모른(다고 괜한 겸양을 떨어본)다. ‘웃기는 글쓰기’에 대해 별 소질과 재능이 없던 내가 칼럼 연재 이후 ‘웃기고 자빠진 글쓰기’란 이름으로 강의를 했으니 웃긴 노릇이다.

이 칼럼을 통해 다양한 글쓰기 실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도 밝혀두어야 할 것 같다. 1인칭 회고 조로 나와 와잎의 치부를 들추거나, 다양한 시점으로 된 편지글, 스트레이트 기사 형식의 칼럼 등 매번 색다른 웃음을 주기 위해 격주로 머리를 쥐어짰다. 결과적으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개아범, 심비홍, 원시인, 소팔이, 용식이, 용나미, 돈틀러, 석대인, 쭈구리, 김태권, 도은이 등 지면을 위해 자기도 모르게 팔려나와 만신창이와 ‘똘아이’, 쓰레기가 돼준 지인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와 사죄의 인사 드린다.(수상 소감인 줄…) 모두 을 멀리한 당신들의 업보라고 여기길 바란다.

지난주말, 이같은 상념으로 이수역까지 걸었다. 와잎과 아들 녀석의 축구부 엄마들은 애들을 데리고 ‘사계진미’라는 닭갈비 뷔페에 가 있었다. 시즌1 이후로는 짜증난다며 칼럼을 읽지도 않던 와잎이 마지막 회라고 하니 ‘거하게 땡겨먹어야 한다’고 만든 자리였다. 아 놔~ 날로 먹는구만~. 도착한 가게는 이미 계판 5분 전이었다. 와잎과 축구부 엄마들은 2시간 무한리필 생맥주 타임에 벌써부터 달리고 있었다. 성인 기준 1만3900원에 5천원만 더하면 생맥주까지 2시간 내에 무한리필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주부터 이 메뉴 없어지겠구만~.” 와잎의 말에 축구부 엄마들은 “말해~ 뭐해~”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난 칼럼 종료가 마냥 슬프지 않았다.

X기자 xreporter@gmail.com"X기자 부부의 음주활극"연재를 마칩니다.그동안 애독해준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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