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기자
지난달 중순께,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개만취한 40대 여성이 술 안 먹겠다는 40대 남성에게 강제로 술을 먹여 떡실신하게 만드는 웃지 못할 촌극이 빚어졌다. 즉각 내사에 착수한 관할 지구대는 이 ‘알중’(알코올중독자) 여성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자리가 잦아 흥청망청하기 딱 좋은 연말 분위기에 아주 귀감이 될 만한 사건이라는 음주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 11월11일 저녁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비너스 본사 건너편 갈비살’(이하 건너편 갈비살)에서 40대 남성 석아무개(43)씨는 직장 후배의 부인인 일명 와잎(40)씨가 준 술을 연달아 마신 뒤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들것에 실려나온 석씨는 이튿날 오후까지 정신을 못 차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와씨는 석씨가 전날 과음으로 술을 마시기 어렵다고 여러 차례 거절 의사를 밝혔으나, 이를 개무시하고 소주 3병과 맥주 10병을 먹인 혐의를 받고 있다. 업소는 진짜 여성 속옷업체 비너스 본사의 맞은편에 있다.
피해자 석씨와 아들 ㅅ군, 가해자 와씨와 남편 X(41)씨, 아들 ㅇ군은 이날 오후 반포역에서 만나 도보로 사이좋게 해당 음식점으로 이동했다. 건너편 갈비살은 된장찌개를 먹으면 갈빗살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된장찌개 맛이 일품인 고깃집으로 나름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마늘양념갈비살’(미국산·1인분 1만4천원)은 양이 많지 않아 ‘무턱대고 먹다보면 거지꼴을 면치 못한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먹이느라 음주량을 조절하던 와씨는 이윽고 아이들이 배가 불러 휴대전화 게임에 몰두하자 본격적인 음주 드라이브를 걸었다. 아이들과 어른을 분리 대응하는 전형적인 디바이드&룰의 전략이라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소주와 맥주가 쉴 새 없이 테이블로 조달됐고 와씨는 몸이 안 좋다는 석씨에게 계속 술을 권했다.
12월1일 본지와 만난 목격자 X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치를 떨었다. 그는 “와잎을 말렸지만 소용없었다”며 “한번 주(酒)님을 영접하면 꽐라신이 되기 전까지 경찰이 와도 소용이 없다. 인력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 굿을 하든지 해야 한다”고 장탄식을 토했다. 자리에 함께했던 피해자의 아들 ㅅ군은 “아빠는 그날 레알 빼박캔트(빼도 박도 못한다) 부분”이라며 “오지게 지리는 영정각(사망 느낌)”이었다고 급식체로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업소 주인도 당시 상황을 소상히 기억하고 있었다. ㅇ대표는 “갈빗살과 술을 합쳐 20만원어치나 먹어서 기억 못할 수가 없다. 수챗구멍에 물 빠지듯이 술을 먹더니 결국 사달이 벌어졌다”며 “그분들이 ‘맛있다’고 난리던데 가게에 또 올까봐 ‘이사 가야 하나’ 잠시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 사건으로 이주를 결심하는 사람은 또 있었다. 본지는 피해자 석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긴 뒤에야 석씨로부터 회신을 받을 수 있었다. 석씨는 “소주 3병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다음부터는 당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부부와 연말 송년회를 하기로 했는데 이민이라도 가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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