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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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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달이 된 달표면과 막걸리나

싸고 맛 좋은 막국숫집, 봉평메밀마당 광명소하점
등록 2017-07-18 16:51 수정 2020-05-03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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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향친구 달표면(제898호 ‘칼침 맞은 대갈공명의 알뜰한 폭포’ 참조)에게 연락이 왔다. 학창 시절 여드름이 얼굴을 뒤덮어 멍게로 불린 녀석은 나이 들어 여드름이 잦아들자 넓어진 분화구 때문에 달표면이라 불렸다. 머리가 커서 최대갈이라고도 불린 녀석은 독특했다. 자기가 전화를 걸어 대뜸 “왜?”라고 물어서 상대방을 할 말 없게 하거나, 바지 윗단 위로 팬티가 보이면 바지가 내려갔다고 하지 않고 팬티가 올라갔다고 말하는 유니크한 정신세계의 소유자였다. 고등학교 때 읍내 오락실에서 ‘철권’ 게임을 죽지 않고 너무 오래한 나머지 오락실 사장님이 보낸 중학생 자객에게 칼침을 맞은 일도 있었다. 얼마나 머리가 단단한지 칼침 맞은지도 모르고 피 흘린 채 게임에 열중해 오락실 사장님을 숙연하게 만든 녀석이었다. 이후 녀석은 한동안 칼권이라고 불렸다. 칼권은 경기도 광명으로 이사 갔다며 부부 동반으로 놀러 오라 했다. 감당할 수 있겠니? 분화구에서 알코올 폭발해봐야 정신 차리지~.

토요일 점심, “달표면이 놀러 오래”라고 말하자, 와잎은 “아, 그 핵드름 오빠?”라며 알은체를 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구나~. 와잎은 “가면 술 받아주나?”라고 득달같이 되물었다. 네 주사 받아주냐고 묻지, 그러니? 유럽축구에 환장한 아들 녀석은 “엄마 선수, 음주 드리블로 과감히 치고 나가고 있습니다”라고 깐족댔다. 와잎은 “아들~, 숙제 안 하니?”라고 압박에 들어갔다. 아들아~ 넌 술 못 먹는 아내를 만나야 한다, 꼬옥.

지난 주말, 달표면을 만나러 광명으로 향했다. 2년 만에 만난 달표면은 머리가 많이 날아가고 없었다. 진짜 달이 돼가고 있군~. 사각달이 둥둥 떠다녔다. 녀석은 혼자였다. 아내는 갑자기 일이 생겨 친정에 갔다고 했다. 왜 우리 와잎은 갑자기 일이 생겨서 친정에 가지 않는가. 왜 와잎의 친정은 전라도나 제주도가 아니라 집에서 20분 거리인가. 처(가)복이 없는 난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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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그러거나 말거나 동네 맛집이라며 봉평메밀마당 광명소하점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자리를 잡자마자 와잎은 수육과 메밀전병, 만두, 막국수, 막걸리, 소맥을 시켰다. 네가 단골이니? 달표면은 “제수씨, 여전하시네요?” 하며 껄껄 웃었다. 나갈 때도 웃나 보자~.

프랜차이즈치고 음식이 정성스러웠다. 수육은 꼬들꼬들했고 메밀전병은 매콤한 소가 이채로웠다. 막국수의 면은 찰기가 적당했고 육수는 시원하게 달았다. 와잎과 아들 녀석은 수육을 수육수육, 막국수를 막막 들이마셨다. 달표면과 의젓한 아들내미 보기가 민망했다. 와잎은 달표면에게 막걸리를 막 권했다. 녀석은 막 받아마셨다. 와잎은 잔이 비자마자 또 따라줬다. 엥간히 해라~ 대갈이 점점 커지자나~. 와잎은 “(핵)오빠 오랜만에 봐서 너무 반가워요~”를 무한반복하며 술을 따랐다. “저도요~”라는 달표면의 분화구는 붉게 달아 오르며 점점 해로 변해가고 있었다. 해품달이 따로 없었다. 앉은 자리에서 막걸리 7병을 막 마신 붉은 태양은 급기야 2차에서 예의 자신의 특기인 인간폭포를 시전했다. 1.5m 떨어진 자리에서 국물 한 방울 변기 밖으로 튀지 않는 알뜰 신공. 해품달을 부축하며 나직이 말했다. “넌 와잎에게 막 걸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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