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TED)는 미국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강연회다. ‘세상에 퍼트려야 할 아이디어’를 15분 안팎 청중에게 말하는 콘셉트로 인기가 높다. 테드닷컴(ted.com)을 보면 1984년 이후 33년간 2300여 개 강연 영상이 올라왔다. 번역 봉사자들이 113개국 언어 자막을 제공한다.
여기서 경험하는 ‘낯선 세계’는 경이롭다. 댄스 강사인 트레퍼 코프와 제프 폭스(모두 남성이다)는 사교댄스에서 남녀 역할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춤의 정치학’을 보여준다. 이들은 “춤에서 작은 변화가 독재를 협상으로 바꿀 수 있다. 누구든 이끌 수 있고 누구든 따를 수 있다”고 말한다. 곤살로 빌라리뇨는 아르헨티나 시각장애인 축구팀이 챔피언이 된 과정에 대해 “이들의 경기에는 경쟁만 있고 장애는 없다. 진짜 장애는 충분한 배려와 도움을 주지 않는 사회에 있다”며 사회적 관심을 촉구한다.
15분의 낯선 세계프리다이빙 세계 챔피언 기욤 네리는 바닷속 123m 세계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홀로 경험한 고요함과 심연의 세계로 사람들을 인도한다. 그는 “바닷속에서 숨을 참아보세요. 숨 쉬고 싶다는 욕망이 인간인 것을 상기시켜줍니다”라고 안내한다. 우주복을 입고 41km 상공에서 뛰어내린 뒤 낙하산으로 착지한 앨런 유스타스의 이야기를 비롯해 시각장애인 천문학자가 말하는 ‘별을 듣는 법’, 이발소가 남성을 지켜주는 이유, 관능적인 수학의 진짜 모습,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이 아기에게 주는 도움, 투명인간, 바나나로 키보드 만들기 등 흥미로운 소재가 많다. 문득 삶이 팍팍할 때 이곳을 찾는다.
며칠 전 에릭 류의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란 없다’는 강연이 눈에 띄었다. 굳이 재미없는 선거 얘기를 고른 건 온전히 대통령 박근혜 탓이다.
류의 말이 아니라도 요즘 투표는 재미없는 것, 어딘가 조작되는 것, 어차피 내 한 표가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멍청이들이나 하는 것이란 느낌을 준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19세기 미국은 지금과 달랐다.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 유권자가 권리를 실현하고, 약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축제가 당시 선거였다. 길거리 토론이 당연했다. 정치적 의지를 관철하려는 단식투쟁 옆에서 ‘선거 건배’가 함께 어우러졌다.
지난해부터 류는 200년 전 선거축제를 되살리려는 노력의 하나로 ‘투표의 즐거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역 예술가, 활동가, 교육자, 정치인, 시민이 어우러져 투표의 재미를 알려주는 캠페인이다. 미국 마이애미에서는 인기 DJ들이 밤새 파티를 벌인다. 참가하려면 ‘투표등록증’을 지녀야 한다. 필라델피아의 ‘투표 보물찾기’, 위치토에서는 실시간 그라피티 예술로 투표 홍보에 나섰다.
애크런에서는 소형 트럭을 이용해 시민참여형 연극을 공연한다. 라틴계 이민노동자는 이런 시를 연극에서 낭송했다. “예전에는 귀신이 무서웠는데 이제는 폭력과 인종차별주의자가 더 무섭습니다. 투표로 바꿀 수 있습니다.”
류는 말한다. “지금도 선거축제가 가능합니다. 인도에서는 선거가 다채로운 지역사회의 일입니다. 브라질에서는 선거일이 카니발 축제 같고, 대만과 홍콩에서는 눈이 튀어나올 만한 구경거리가 선거 공연으로 등장합니다.”
100%로 맞서자선거가 재밌어진 덕분에 축제 참가율이 100%에 이르면 ‘100% 주민자치’가 실현된다. ‘100%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탄핵 촛불도 이전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100%를 동원하는 일도 간단하다. 투표를 힘들게 하려는 노력에 100%로 맞서면 된다. 대선이 코앞이다. 류가 말한다. “혁명을 만듭시다. 혁명이 현실이 되도록 투표합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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