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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너 누구니?

[고래토론] 로봇과 함께 살 수 있을까
등록 2016-08-30 18:02 수정 2020-05-03 04:28
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과 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 분야별 개념과 가치, 이슈를 다루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격주로 싣습니다.
참여 강준하(9), 박상현(10), 박윤찬(9), 안새남(10), 조율(9)
진행 , 촬영 김중원 삼촌(바라 스튜디오)
다섯 어린이가 ‘로봇’에 관해 심층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박윤찬, 박상현, 강준하, 조율, 안새남.

다섯 어린이가 ‘로봇’에 관해 심층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박윤찬, 박상현, 강준하, 조율, 안새남.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면서 사람보다 훨씬 똑똑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모든 일을 대신해주는 것, 동무들도 한 번쯤 상상해본 적 있을 거야. 로봇과 사람이 어울려 사는 미래 세상은 어떨까? 로봇과 사람은 어떤 사이일까? 서울 마포구에 사는 동무들과 이야기 나눴어.

나도 로봇 정말 좋아해

난 레고를 좋아하거든. 나중에 레고 디자인을 하고 싶어.

윤찬 난 기관사! 기차가 좋아. 노선도도 내가 그려. 엄청 많이 그려서 지하철 노선도가 수북이 쌓여 있을 정도야.

새남 난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데.

상현 난 축구선수, 축구선수이자 로봇 연구원이 되고 싶어.

윤찬 난 기관사이자 로봇 공학자.

난 레고로 로봇을 만들 거야.

새남 로봇, 다 좋아하지?

상현 정말 좋아해. 만화에도 자주 나오고.

새남 자동차도 로봇이잖아. 주변에는 없어서 직접 보진 않았지만, 휴고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고. 사진으로 봤어.

“맞아. 사람이 못하는 걸 시키려고 만든 거지. 그런데 로봇이 그걸 다 하면 사람은 뭐해?” -준하

“맞아. 사람이 못하는 걸 시키려고 만든 거지. 그런데 로봇이 그걸 다 하면 사람은 뭐해?” -준하

준하 사람이랑 비슷하게 생긴 로봇 말하는 거지?

새남 응.

윤찬 세탁기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은? 난 로봇이라고 생각해. 인공지능 가전제품.

새남 로봇은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하는 거니까, 가전제품은 로봇 맞는 거 같아. 하지만 손전등같이 단순한 건 로봇이 아니야.

그럼, 토스터 기계는?

새남 음, 로봇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 왜냐하면 사람을 대신해서 사람이 하는 일을 해주는 거니까.

나는 집에 레고가 많아서 레고로 로봇을 만들어. 직접 만들면서 놀아.

윤찬 ! 만화랑 애니메이션에도 로봇 엄청 많이 나와.

준하 나는 종이로 로봇 만드는 거 좋아.

윤찬 건담 조립!

상현 사람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으니까, 사람 대신 일하도록 로봇을 만든 거 같아. 그러면 사람은 편해지겠지. 편리하려고 만든 거야.

로봇공학 3원칙이 뭐야?

윤찬 사람은 무슨 일을 하다보면 빨리 지친다는 단점이 있어. 하지만 로봇 같은 기계는 쉽게 지치지 않잖아. 그래서 기계나 로봇을 만들어서 일을 시킨 거야. 인조 집사, 뭐 이런 식으로.

새남 나노로봇 같은 거 있잖아. 병을 치료하거나,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그런. 뭐라고 할까…. 아, 도구! 도구 같아. 또 전쟁에서 군인 대신 쓰기도 하고. 사람이 할 수 없거나 위험한 일, 사람들이 힘들게 해야 하는 걸 대신하게 하려고 만들었어.

준하 맞아. 사람이 못하는 걸 시키려고 만든 거지. 그런데 로봇이 그걸 다 하면 사람은 뭐해?

놀면 되지. 그런데 난 솔직히 말하면 로봇이 좋지만은 않아. 위험하지 않을까?

새남 싫다는 이야기야?

그냥. 좀… 그래.

새남 인공지능이 나중에 사람들을 지배할까봐 그래?

“아예 로봇을 만들 때, 그런 인공지능을 넣지 말자. 로봇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으면 되잖아.”-윤찬

“아예 로봇을 만들 때, 그런 인공지능을 넣지 말자. 로봇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으면 되잖아.”-윤찬

윤찬 로봇은 로봇공학 3원칙에 의해서 만들어지니까, 안 그럴 거 같은데?

그게 뭐야?

윤찬 로봇공학 3원칙이란 ‘첫째, 로봇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둘째,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셋째, 첫째와 둘째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를 보호한다’야.

새남 하지만 인공지능이 정말 발달해서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게 되면, 그 로봇공학 3조항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잖아?

윤찬 그래서 아시모프가 0조항을 추가했잖아.

준하 그게 뭔데?

윤찬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0조항을 추가한 건 명백한 사실이야.

아이작 아시모프(1920∼92)_ 과학소설 작가이자 과학자. 로봇공학 3원칙은 아시모프가 소설 속에서 제안한 로봇의 작동 원리야. 윤찬 동무가 말한 0조항의 내용은 이래.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한 상황에 방치해서도 안 된다.’

새남 인간은 생명이 있지만 로봇은 생명이 없지. 물론 로봇이 인간보다 지능이 더 뛰어날 수도 있어. 왜냐면 로봇은 그런 것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니까. 계산이나 수학 문법을 사람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어. 로봇은 사람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춘 거 같아.

윤찬 새남이 형 말처럼 로봇이 판단할 수는 있어. 하지만 로봇은 상상할 수 없어. 사랑이나 우정도 모를 거고. 또 마음을 나눌 수 없어. 노래도 만들 수 없고. 창작도 못할걸.

감정 있는 로봇도 나올까?

준하 사람은 그냥 힘들 때는 쓰러지기도 하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그러는데, 로봇은 음식을 못 먹어. 음식을 먹으면 고장 나. 건전지나 충전으로 움직여. 사람과는 에너지를 얻는 법이 달라.

상현 사람은 방귀도 뀌고 똥도 싸는데, 로봇은 안 그래.

새남 준하는 로봇이 먹지 못한다고 했지만, 먹어서 에너지 충전하는 로봇도 있을 수 있어. 설탕 같은 것을 먹고 그걸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로봇도 있다니까.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보다 능력이 워낙 뛰어나니까, 지구를 지배할 수도 있을 거 같다는 말씀!” -상현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보다 능력이 워낙 뛰어나니까, 지구를 지배할 수도 있을 거 같다는 말씀!” -상현

상현 그럼 사람이랑 로봇이랑 비슷하다는 거야?

새남 로봇은 사람이 만든 인공지능이잖아. 인공으로 만들어진 생각이야. 사람이 만든 거고, 생명은 없지. 사람은 힘이 들 수도 있고 힘이 날 수도 있지만 로봇은 그런 증상이 없어. 그래서 훨씬 많이 움직일 수 있고 빠르게 움직일 수는 있어. 로봇은 감정이 없어. 표정을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감정을 느끼지는 못할 거야. 사람은 기계에 감정을 불어넣을 수 없으니까.

윤찬 슬플 때는 울잖아, 얼굴을 찡그리면서. 이걸 똑같이 흉내 내는 로봇이 있다면?

상현우는 로봇을 보면, ‘저 로봇 슬픈가봐’라고 생각할 거 같지 않아?

새남 하지만 그 로봇은 사람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는 않을 거야. 그냥 흉내만 내는 거지. 실제로 느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언젠가는 실제 감정을 가진 로봇이 나올걸?

상현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보다 능력이 워낙 뛰어나니까, 지구를 지배할 수도 있을 거 같다는 말씀!

새남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자기가 뛰어나다고 생각해서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어.

준하·율 꽥꽥! 꽥꽥!

상현 뭐지? 로봇 오리인가!

사람을 도와주는 척하면서 몰래 작전을 짜서 지구를 지배하게 되면, 로봇이 지구를 아예 파괴해버리고 다른 행성에 가서 살 거 같아. 로봇은 인간들이 자기보다 달리기도 느리고 계산도 빨리 못하니까, 쓸모없는 코딱지 같은 거로 여길 거야. 그래서 사람들을 다 죽이는 거지.

준하 아~ 코딱지! 더러워….

로봇이 지구를 지배한다면

상현우리가 50살이 되었을 때, 로봇이 지구를 지배하는 건가?

윤찬 그렇다면 로봇을 없애야지.

“사람이 로봇을 만들었지만 사람은로봇을 없앨 수 없어. 어디 먼 데 가져다 버려도 로봇은 자기 발로 걸어올 수 있다니까.” -새남

“사람이 로봇을 만들었지만 사람은로봇을 없앨 수 없어. 어디 먼 데 가져다 버려도 로봇은 자기 발로 걸어올 수 있다니까.” -새남

새남 로봇을 어떻게 없앨 건데? 로봇은 인공지능이 발달해서 우리보다 훨씬 더 똑똑할 텐데! 알파고랑 바둑 천재 이세돌이랑 대결한 거 봐. 다섯 판 중에 한 판을 이길까 말까 하는 수준이었는데, 로봇을 우리가 어떻게 없애느냐고!

상현 음, 무기를 이용하는 거야!

그런데 무기도 기계니까, 로봇이 지배할 수 있잖아. 버튼을 눌렀지만 무기가 날아가지 않아. 그렇다면 결국 로봇을 처리할 방법은 없는 거 아닐까?

새남 로봇은 죽지도 않아. 생명이 없어서, 아프지도 않을 거고.

준하 불사조인가.

고장을 내면 되잖아!

새남 인공지능 로봇은 무기를 꺼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당황하지 않고 언제나 무기를 쓸 수 있어. 하지만 사람은 당황하게 되면 기절하거나 심장마비가 오거나, 그래서 우물쭈물해. 로봇은 놀라지도 않는데…. 사람이 로봇을 만들었지만 사람은 로봇을 없앨 수 없어. 어디 먼 데 가져다 버려도 로봇은 자기 발로 걸어올 수 있다니까.

윤찬 핵폭탄 이런 거 터트리면 로봇도 없어지지 않을까?

“로봇은 인간들이 자기보다 달리기도 느리고 계산도 빨리 못하니까, 쓸모없는 코딱지 같은 거로 여길 거야.” -율

“로봇은 인간들이 자기보다 달리기도 느리고 계산도 빨리 못하니까, 쓸모없는 코딱지 같은 거로 여길 거야.” -율

그러면 사람도 다 죽을걸?

윤찬 대피하면 되잖아.

준하 어디로?

윤찬 잠수함 타고 바다로 가자.

상현 아예 로봇을 로켓에 태워서 우주로 보내자!

준하 그러면 로봇이 하는 일을 다시 사람이 다 해야겠네?

윤찬 어쩔 수 없지. 지배당하는 거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그런데 만약에 우리가 로봇을 완전히 망가트리거나 없애도, 또 어딘가에서 괴팍한 과학자가 버려진 전자제품 같은 거로 로봇을 만들 거 같아.

새남 아까 윤찬이가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간다고 했잖아. 그런데 잠수함도 로봇이니까 로봇 편을 들 거야. 잠수함이 바닷속에서 맘대로 문을 열어서 바닷물이 들어오면 거기에 타고 있던 사람들 다 바다에 빠지게 돼. 사람은 물속에서 숨 쉴 수 없으니까 다 죽어.

윤찬 그러니까 아예 로봇을 만들 때, 그런 인공지능을 넣지 말자. 로봇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으면 되잖아.

인공지능 로봇, 만들어 말어?

상현 알파고도 인공지능인데, 그건 안 무서워. 알파고는 세상을 지배할 거 같지 않아.

준하 맞아. 그런데 인공지능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런 걱정 안 하나?

윤찬 잘 모르지만 아직은 많이 안 할 거 같아. 그런 건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인공지능에 ‘사람을 지배하지 않는다’라는 원칙만 프로그래밍해놓으면 로봇이 인간을 괴롭힐 일은 없어. “인간을 위협할 거야!”와 “그저 도구일 뿐이야!”.

그렇게 해놨더라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 로봇이 잊어버린 척할 수도 있고, 기억 안 난다고 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나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 인공지능 로봇은 아예 안 만드는 게 나을 거 같아.

새남 프로그램에 오류가 나면 그 원칙에 따르지 않을 거고, 그러면 인간을 우습게 보고 해칠 수도 있어.

윤찬 아직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건, 일어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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