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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 장석준·강수돌 삼촌이 들려주는 사회와 경제 이야기
등록 2018-02-04 00:18 수정 2020-05-03 04:28
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과 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 분야별 개념과 가치, 이슈를 다루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싣습니다.
장석준·강수돌
그림 김근예·최연주

시험 없는 학교, 이거 실화냐■사회 장석준_ 삼촌은 진보정당에서 정책을 만들고 교육을 하는 정당 활동가야.

삼촌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날에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수능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 보는 시험이에요. 삼촌도 대학입학 시험을 봤어요. 그때는 ‘대학입학학력고사’라고 했어요. 이름은 달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어요. 학교 다니는 내내, 시험 잘 봐서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밖에 없네요. 그만큼 한국의 교육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험이 전부예요. 시험 통과가 최대의 목표이지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학교 다니면서 오로지 시험 잘 보기 위한 준비만 해요. 시험을 잘 본다는 건, 남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뜻이에요. ‘남’이 누구겠어요? 나랑 같이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는 친구들이죠. 그러니까 친구를 눌러야 할 상대로 여기면서 늘 경쟁하는 거예요.

대학만이 아니에요. 어른이 돼서 일자리를 얻을 때도 시험이 중요해요. 돈을 많이 받고 오래 다닐 수 있는데다 높은 사람으로 대접받는 일자리는 대개 어려운 시험을 보고 들어가야 해요. 시험에 통과해서 좋은 일자리를 얻으면 다들 ‘성공했다’고 인정해주죠. 죽을 때까지 ‘시험 잘 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거예요. 이건 한국의 오래된 전통이에요. 중국처럼 한국도 아주 오래전부터 ‘과거’라는 시험이 있었잖아요. 과거에 붙으면 높은 관리가 됐는데, 이 전통이 뿌리 깊게 남았지요. 그렇게 따지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시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일지 모르겠네요.

이게 과연 바람직한 걸까요? 앞으로도 계속 이럴 수 있을까요? 동무들이 대학교에 가고, 어른이 될 때까지도 한국이 ‘시험 국가’일 수 있을까요? 삼촌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까요.

시험제도가 잘 돌아가려면 단 하나의 명쾌한 답안지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가장 충실하게 답한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으로 뽑힐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말해도 답이 되고 저렇게 말해도 답이 된다고 상상해봐요. 그럼 시험만으로 능력 있는 사람을 가릴 수 없겠지요. 오랫동안 같이 일하고 이야기하면서 따져볼 수밖에 없어요. 예전에는 한국에도 답안지가 있었어요. 한국보다 더 빨리 부자 나라가 된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 하는 거였죠. 그래서 누가 그 답안지를 더 잘 외우는지 시험으로 가렸어요. 지금은 달라졌어요. 모든 나라가 20세기에 사용했던 방식으로는 더는 세상을 움직일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다들 세상을 움직이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나서고 있어요.

과거에 답이라 생각했던 것 대신 다른 해답을 찾는 거예요.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나서는 사람이 필요해요. 옆 사람을 경쟁자로 여기고 싸우는 게 아니라, 토론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답을 만들어가는 사람 말이에요. 이런 사람은 시험에 목매는 교육으로는 성장할 수 없고, 시험으로 뽑을 수도 없어요. 우리는 하루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해요. 동무들이 시험에서 벗어나는 첫 세대였으면 좋겠어요.

대체 누가, 왜 부자가 되는 거지?

■경제 강수돌_ 대학에서 경제를 가르치며 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삼촌이야.

‘빈익빈 부익부’라는 말, 들어봤지?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된다는 말이야. 오늘은 동무들과 같이 ‘대체 누가, 왜 부자가 되는가’를 살펴보려고 해. 영국의 옥스팸은 이 문제에 대해 믿을 만한 자료를 꾸준히 내는 국제구호기구(큰 재난 등 누군가가 어려울 때 도와주는 단체)야. 이들이 2017년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최고 부자 8명이 가진 재산이 지구 전체 인구의 절반인 36억 명의 재산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래. ‘헉!’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군.

이렇게 엄청난 돈을 가진 부자를 ‘슈퍼리치’라고 해.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1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야. 750억달러(약 88조2천억원)를 가지고 있어. 다음으로 패션 브랜드 ‘자라’의 회장 아만시오 오르테가(670억달러),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회사의 최대주주 워런 버핏(608억달러), 멕시코 통신 재벌인 카를로스 슬림 엘루(500억달러), 아마존 회장 제프 베이조스(452억달러),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446억달러),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436억달러), 통신사 를 만든 마이클 블룸버그(400억달러)가 뒤를 잇고 있어. 이 부자들은 아무리 좋은 집을 사고, 고급 음식을 먹고, 비싼 옷을 사도 죽을 때까지 자기 돈을 다 쓰지 못할 거야. 물론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주거나 학교·도서관 같은 공공시설을 많이 짓는 일을 한다면 다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더욱 놀라운 건 다른 데 있어. 슈퍼리치의 수가 해마다 줄고 있다는 거야. 그건 더 많은 돈이 더 적은 사람들의 손에 들어간다는 뜻이지. 대부분의 사람이 점점 더 가난해진다는 말이기도 하고. 세계 인구 절반의 재산에 맞먹는 돈을 가진 사람은 2010년에는 388명 정도였거든. 그런데 177명, 92명, 62명으로 줄다가 급기야 지난해엔 8명이 되었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빈익빈 부익부가 이뤄지는 거야.

슈퍼리치들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버는 걸까? 옥스팸은 이 8명 중 누구도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거나 힘든 노동을 해서 재산을 만들지 않았다고 말해. 부모에게 받은 유산도 있겠지만, 부정부패가 심한 산업으로 돈을 벌었다고 주장하지. 예를 들어 다국적기업에서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주지 않는 것, 세금을 빼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노동자 압박과 소비자 꼬드기기, 주식이나 부동산을 통한 투자나 투기가 바로 그런 거야. 한마디로, 돈이 돈을 번다는 거야. 돈 많은 기업을 가진 사람이 갈수록 엄청난 돈을 버는 구조라는 거지.

이를 위해 부자들만이 아니라 각 나라의 정부와 국제기구들도 열심히 도왔어.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그 구조가 더 탄탄해졌지.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정부나 노조가 돈벌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기업에 자유를 주는 거야. 나라끼리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고, 까다로운 규칙을 없애고,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고, 정부가 운영하는 교육·의료·전력·교통 등을 기업에 넘기자는 이야기와 같아. 그러면 일자리도 늘고 사람들의 소득이 높아져서 경제가 좋아진다고 말했지. 현실은 정반대였어. 완전 거짓말이었지. 결국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진다는 게 이야기의 결론이란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 동무와 함께하는 마음이 교양입니다.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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