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을 소개하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싣습니다.
참여 김민서 김나연 김준서 박태후 임윤섭(12살)
진행 고래가그랬어
사진 양철모 삼촌(바라 스튜디오)</font>
얼마 전 어떤 대형마트에서 앞으로 매장에서 반려동물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요. 대신 버려진 동물을 지원하는 동물보호단체와 협력해서 유기견·유기묘를 입양하는 캠페인을 하겠다고 했지요. 이 대형마트의 결정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어요. 마트에서 반려동물을 팔아도 될까요? 서울 동작구에 사는 동무들과 이야기 나눴어요.
나연 마트에서 동물 파는 거 봤지?
태후 봤어. 도마뱀, 기니피그, 햄스터, 고슴도치…. 난 햄스터 키우거든. 친구한테 분양받았는데, 친구가 홈플러스에서 샀대.
민서 열대어도 진짜 많이 팔아. 예전에는 고양이나 멍멍이도 팔았대. 근데 마트에서 반려동물 파는 거, 괜찮아?
준서 뭐, 좋다고 생각해.
태후 나도 괜찮다고 생각해.
민서 난 싫어.
태후 그래도 마트에서 팔면 사람들이 손쉽게 살 수 있잖아.
윤섭 동물을 파는 전문 가게가 따로 있는데 왜 마트에서 사? 난 반대.
태후 그렇게 치면 펫숍도 ‘판다는 면’에선 마트랑 같은데, 멀리 있는 펫숍보다 가까운 마트에서 사는 게 낫지 않아?
민서 마트에서 팔면, 사람들이 안 사갈 경우 오랫동안 좁은 케이지(우리) 안에 갇혀 있잖아. 그럼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빨리 죽을 거 같아.
준서 마트 같은 곳에서 팔면 다 모여 있어 고르거나 사기 편한데, 동물을 파는 숍은 다 따로 가야 하니 불편해.
나연 사람들이 마트에 가면 동물을 만지니까, 고양이나 강아지가 스트레스 받아서 수명이 줄 것 같아.
태후 좁은 곳에 많이 있는 건 안 좋아. 햄스터는 좁은 곳에 너무 많이 있으면 서로 물어뜯는대.
민서 동물마다 다 특징이 있는데, 그걸 생각하지 않고 한꺼번에 넣어.
나연 마트에서 동물을 팔면, 사람들이 마트에 좀더 많이 와서 기웃기웃하잖아. 온 김에 다른 물건도 사고.
태후 돈을 버니까. 간단하지, 뭐.
나연 반려동물을 파는 곳이 어딘지 잘 몰라서, 그냥 마트에서 사기도 해.
준서 전문 펫숍은 좀 비싸게 팔잖아. 되게 좋은 동물만 골라서 파니까. 그런데 마트 같은 곳은 한번에 다 모아서 오니 가격이 좀 저렴하지.
태후 전문점에 가봤는데 먹이 사기가 좀 그렇던데. 마트에 가면 먹이랑 집이랑 한번에 다 살 수 있어.
민서 솔직히 싼 만큼 별로인 거잖아.
준서 대량생산.
민서 그러니까 마트에서 사는 용품은 싸더라도 약간 불량품일 수 있어. 예를 들어 강아지 침대라면 나쁜 화학약품이 들어 있어 동물에게 안 좋을 수도 있고.
태후 친구가 예전에 강아지를 샀는데, 자는 줄 알았는데 보니까 죽어 있었대.
준서 한국은 돈만 주면 동물을 얻어서 키울 수 있어. 그런데 어떤 나라는 동물을 잘 키울 수 있는 사람한테만 동물을 판대. 우리나라는 마트에서 햄스터를 팔면서 집에 케이지가 있는지, 좋아하는 먹이가 있는지, 날마다 놀아줄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아.
준서 돈만 주면 끝!
나연 먹이랑 장난감 같은 걸 더 사게 하지.
윤섭 돈 더 벌 생각만 해.
<font size="4"><font color="#008ABD">“과자 사는 거랑 고양이 사는 거랑 같냐?”</font></font>민서 마트에서 파는 동물 케이지 옆에 가면 냄새가 좀 많이 나는데, 그만큼 케이지 안의 환경이 더럽다는 뜻이잖아. 그 안에 있는 동물은 숨도 잘 안 쉬어지고. 그러니까 케이지를 좀더 넓혀서 숨구멍도 많이 뚫고, 안에도 자주 청소해줬으면 좋겠어.
준서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거지. 그러면 돈이 많이 들 거야. 마트가 그걸 할까? 돈 벌려고 애쓰는 곳인데. 마트는 결국 이익을 선택할 거 아니야.
태후 사장이 착하면 소비자에게 좋은 것을 하고, 사장이 나쁘면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을까?
민서 많은 사람이 지나가면서 보고 말 걸고 만지면 스트레스 엄청 받을 텐데….
윤섭 마트에서 반려동물을 팔더라도 환경을 좀 바꿔야 해. 공간을 넓혀서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뛰어놀게 하고.
준서 동물 종류별로 제대로 관리하면서 팔아야 해.
태후 아까 동물이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한다고 했잖아. 안 보이는 곳에 동물을 넣어두고 사진을 붙여 동물의 특징이나 이름, 나이 같은 거 적어서 그걸 보고 살 수 있으면 좋겠어.
나연 영상에서 봤는데, 어떤 사람이 강아지랑 고양이 막 때리고 집어던지고 그랬어.
태후 어떤 사람은 살아 있는 강아지한테 불을 붙였대. 살아 있는데.
준서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거지.
윤섭 아이한테 ‘내가 낳았는데, 왜 학대하면 안 돼요?’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아.
민서 실험용 쥐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그렇게 시련을 겪는지….
태후 프랑스는 휴가철에 길가에 강아지가 널려 있대. 외국 여행 가 있는 동안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그냥 버린대.
준서 지난해 주차장에 토끼 한 마리가 차 밑에 숨어 있는 것을 봤어. 그래서 친구랑 토끼를 구해서 산에 풀어줬어.
민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사람들이 강아지랑 고양이를 공장에서 만드는 물건이랑 똑같이 생각하는 거 같아.
태후 진짜 그래. 강아지 공장도 있잖아. 철창 안에 가둬놓고 강제로 새끼만 계속 낳게 하는 거. 사람으로 치면, 여자를 공장에 넣어서 계속 아기만 낳게 하는 거야.
윤섭 이런 사람들도 있잖아. 아기 때 사서 좀 귀여워하다 크거나 병들면 버리고.
민서 반려동물은 가족 중 한 명이 찬성해서 사는 게 아니라 다 같이 고민해서 결정하는 건데, 마트에 아이들끼리 와서 ‘얘, 너무 귀엽다’ 하고 사가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태후 그건 개인적인 문제 아니야?
민서 아무리 그래도 과자 사는 거랑 고양이 한 마리 사는 거랑 같냐?
윤섭 다르지.
<font size="4"><font color="#008ABD">동네 사람들과 함께 키우자</font></font>태후 고양이는 생명이 있고 마음이 있지만, 물건은 그냥 물건이야.
나연 사람들이 동물을 물건으로 여겨서 문제야. 그러니까 샀다가 귀찮으면 버리지.
태후 버려진 반려견을 모아두는 곳도 일주일이 지나면 안락사시킨대. 처음엔 예쁘다고 샀을 텐데. 막상 키우니 귀찮으니까, 밥도 줘야 하고.
나연 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반려동물을 기르면 사람 아기 하나 키우는 정도 돈이 들어가잖아.
준서 버리는 사람들은 동물을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거야.
윤섭 책임지지 못할 것 같으니 버리는 거 같아.
태후 동물을 키우는 건 쉽지 않아. 똥도 치워야 하고 먹이도 줘야 하고, 되게 귀찮다고.
준서 맞아. 굉장히 귀찮을 거야. 일할 게 많다보면 제대로 산책 같은 것도 못 시켜주니 개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혼자 ‘왈왈!’ 짖으며 다니잖아. 그래서 시끄럽다고 버리고.
민서 우리 집 앞에 주차된 차들 밑에 새끼 고양이들이 돌아다녀. 집에서 간식을 갖고 나와 고양이한테 주려고 하면 야옹거리며 도망가. 간식을 던져놔도 내가 있으면 안 먹어. 사람한테 한번 버려진 뒤 아픔이 생겨나서 그러는 거 같아.
태후 우리 집에도 조그만 새끼 고양이가 있어. 두세 시간마다 분유를 줘야 해서 학교 갔다 와서 바로 분유를 주거든. 주사기로 주는데 얘를 잡으려 하면 막 발을 올려. 안 주면 계속 점프도 해.
나연 헤어지기 힘들겠다.
민서 아파트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기보다, 시골에서 뛰어놀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좋을 거 같아.
윤섭 귀농하라고?
준서 주택에 살면 괜찮은데, 아파트에 살면 문제가 많이 일어나니까.
<font size="4"><font color="#008ABD">“‘반려동물 놀이터’ 많이 세워야 ”</font></font>민서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으니까, 반려동물을 키우면 산책을 잘 못 시켜줘서 동물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도 있어.
태후 그럼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면 안 되나?
준서 1층 건물에 방 몇 개만 있어도, 강아지 20마리 정도는 충분히 키울 수 있을 거 같은데.
민서 동물 데리고 들어올 수 있는 식당도 만들고.
태후 산에 있는 시골 식당 같은 곳에 가면 닭도 있고 염소도 있잖아.
나연 멍멍이가 짖는다고 뭐라 할 사람이 없을 거야. 다 이해하니까.
태후 서로 모르는 걸 알려줄 수도 있어. 언니가 고양이에게 참치캔을 줬다가 엄마한테 엄청 혼났거든. 잘 몰라서 그랬던 거야.
준서 사람이 먹는 참치캔은 짜서 안 돼. 강아지랑 고양이한테 초콜릿을 주면 안 되고.
윤섭 모여서 살면 동물 상식을 익히고, 사람이랑 동물이 같이 살 방법을 궁리하게 될 거야.
태후 길에서 사는 동물을 전부 모으면 꽤 될 거 같아. 그러니 큰 집도 필요하고, 사료랑 용품이랑 마련해야 하니 돈이 필요해.
준서 같이 돈을 모아야지.
나연 어떤 사람이 돈을 내기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해?
윤섭 그럼 이상한 길로 빠지는 거지.
준서 마을회관 주변이나 큰 건물의 구석에 쿠션·이불 같은 것만 놔줘도 잠자리는 어느 정도 해결될 거 같은데?
나연 동물이 아플 수도 있으니까 치료도 해야지.
윤섭 우선 방법을 제안하고, 생길 수 있는 문제는 그다음에 생각하자.
민서 요즘 뉴스를 보면 ‘반려동물 놀이터’ 같은 거 나오잖아. 그런데 주민들의 반대로 철거됐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와. 아파트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면 반대하는 주민도 있겠지. 만약 내가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이웃이 반려동물 키우는 것을 반대해. 그 사람은 싫겠지만 나한테는 가족이니까, 항의한다고 해도 나는 반려동물이랑 살 수밖에 없어. 결국 집이 아니라 ‘반려 놀이터’ 같은 곳에서 놀게 해줘야 해. 그러니까 놀이터를 더 많이 세워야 한다고 생각해.
<font size="4"><font color="#008ABD">반려동물과 만나는 방법, 입양</font></font>태후 아는 사람한테 입양하는 거랑, 마트에서 사는 거랑은 다르지?
준서 아주 다르지.
윤섭 입양은 무료고, 사는 건 돈을 내.
준서 돈 말고도, 입양이랑 사는 것은 확실히 달라. 입양은 확실히 마음을 먹고 준비한 다음 데려오는데, 마트에서 사는 건 아무래도 동물을 살아 있는 장난감으로 여기고 사는 일이 더 많아.
태후 입양할 때는 보내는 사람이 잘 가라고 인사도 하고 조심스럽게 주잖아. 그런데 마트 같은 곳은 동물을 막 집어서 가져가라고 해.
윤섭 주인에게 버려진 동물을 데려오는 방법도 있어.
민서 동물을 돈 주고 살 수 있어. 나도 강아지를 좋아하니까 나중에 커서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사람이 동물을 물건으로 생각해 막 대하는 건 옳지 않아. 마트에서 동물을 파는 건, 그런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에 별로야.
준서 사고파는 게 아예 없어지면 동물을 얻기 어려워지잖아. 키우고 싶을 때 바로 얻을 수 없으니까 내가 동물을 정말 키우고 싶어도 못 키울 수 있다고. 특히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동물을 어디에서 만나겠어?
태후 그럼 동물 파는 곳을 마트 말고 시골로 옮기자. 물고기는 넓은 연못에 놓고, 강아지는 마당에 풀어놓는 거야.
나연 마트냐 펫숍이냐가 아니라, 마음을 바꿔야 할 것 같아.
민서 맞아. 동물은 쉽게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생각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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